현지 환경단체 벌써부터 반발
“공사 강행하면 시위·소송 불사”
공사 늦어지면 사업비 ‘눈덩이’
타이에 각종 위약금도 물어야
“생태계 파괴” 이미지 손상도
“공사 강행하면 시위·소송 불사”
공사 늦어지면 사업비 ‘눈덩이’
타이에 각종 위약금도 물어야
“생태계 파괴” 이미지 손상도
한국수자원공사(K-워터·수공)가 ‘타이판 4대강 사업’으로 불리는 타이 정부의 물관리사업에 토지 보상을 떠맡는 등의 계약 조건으로 참여하는 것은 경제성과 윤리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물관리사업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반발 강도에 비춰볼 때 심각한 물리적 충돌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제적 외교 문제로 비화할 소지가 있는 셈이다.
우선 경제성 측면에서 위험 요인이 너무 크다. 대형 토목공사에서 토지보상비는 비용을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물리적 충돌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타이 정부의 ‘과업지시서’(TOR)는 토지보상비가 늘어나면 이를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고, 타이 정부와 사업자가 계약을 맺은 이후엔 사업비 추가가 불가하다고 못을 박았다. 보상비가 예산을 초과하면 이는 고스란히 수공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예컨대, 수공이 토지 보상에 드는 비용을 1조원으로 제안하고 나머지 사업 비용으로 5조원을 제시했다면, 실제 토지 보상에 1조2000억원이 들어가더라도 수공은 2000억원을 떠맡아야 한다. 반대로 토지 보상에 8000억원만 든다면 타이 정부가 2000억원을 되가져가는 방식이다.
타이 정부는 ‘과업지시서’에 공사 지연 때 사업자가 떠맡아야 할 부담을 세세하게 명시해놨다. 계약 기간 안에 조사·실시설계를 끝내지 못하면 하루 지체될 때마다 조사·설계비의 0.01%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도록 했다. 공사가 늦춰지면 매일 공사비의 0.05%씩을 물게 돼 있다. 만약 수공이 약속한 5년 안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이미 한국에서 4대강 사업 비용을 억지로 떠맡아 8조원의 부채로 허덕이는 수공으로선 치명적 재정 위기에 몰릴 위험이 있다.
이와 관련해 수공 쪽은 “‘만약 주민들과 토지 보상 협상이 불가능한 사유지의 경우 고용주는 관련 토지수용법에 따라 토지 수용을 진행한다’는 내용이 과업지시서에 들어 있어 결국 정부가 책임지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타이 정부가 토지 수용에 나서더라도 사정이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현지 공영방송인 <타이 피비에스(PBS)>의 기후·재난 전문기자인 다린 클롱아카라는 “타이 정부가 토지를 수용하겠다고 나서면 주민들은 소송을 낼 것”이라며 “타이에선 이런 소송이 처리되는 데 몇년씩 걸린다. 예정된 공사 기간 안에 정부의 토지 수용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지 환경시민단체인 ‘타이 워터 파트너십’의 한나롱 야오왈릇 대표는 “공사를 강행하면 주민들 대부분이 현장에 가서 시위를 벌일 것”이라며 “물관리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소송을 통해 정부의 불법적인 사업 진행 절차를 법적으로 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한 건설업체 임원은 “타이 정부가 제시한 토지 보상 관련 조항이 부담스러워 한국의 대형 건설사들 중엔 수공과 함께 물관리사업 입찰을 준비하다가 중도에 스스로 빠진 회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건축·도시계획 전문가인 김진애 전 민주당 의원은 “외국에서 이뤄지는 소규모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우엔 한국 건설사들이 해당 정부의 법인 또는 공기업과 함께 토지 보상을 맡는 사례가 아주 없지는 않지만 이는 부동산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사업은 타이 정부가 이득을 보는 것인데 왜 한국의 공기업이 토지 보상이라는 가장 힘든 부분을 뒤치다꺼리해 줘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 수출’이 불러올 윤리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정부가 여론의 압도적 반대를 외면하며 2009~2012년 22조여원의 세금을 쏟아부어 ‘속도전’으로 진행한 4대강 사업은 한국의 강 생태계에 재앙적 악영향을 초래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만 보더라도 16개 보 중 15개 보에서 설계 부실, 11개 보에서 보수 부실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녹조라떼’로 불리는 낙동강·금강 등의 수질 악화는 시급하게 대안을 마련해야 할 정도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분명해지고 있는데도, 4대강의 핵심 사업을 맡은 수공은 타이에서 ‘4대강은 성공한 사업’이라고 거짓말을 반복하고, 한국에선 ‘4대강 사업을 수출하게 됐다’고 홍보해왔다”고 비판했다. 염 총장은 “아무리 남의 나라 일이라지만 4대강 사업처럼 절차와 여론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타이 물관리사업에 참여해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것이 옳은 태도냐”고 물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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