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시위때 살인 등 교사 혐의
군부, 축출 정당화 위해 활용할듯
미국, 군사 장비·현금 지원 보류
군부, 축출 정당화 위해 활용할듯
미국, 군사 장비·현금 지원 보류
이집트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무함마드 무르시(62) 대통령의 재판 일정이 다음달로 확정됐다.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은 9일 무르시 대통령이 살인 교사 혐의로 11월4일 첫 재판을 받게 됐으며, 그를 배출한 무슬림형제단 고위 관계자 14명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무르시 대통령 등에겐 지난해 12월5일 수도 카이로에서 벌어진 시위대 사망 사건 때 살인과 폭력을 교사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당시 대통령궁 밖에서 무슬림형제단 지지자와 반대 세력이 충돌해 적어도 7명이 숨졌다.
이집트 군부는 무르시 축출을 정당화하려고 이 재판을 활용하리라 전망된다. 그러나 <에이피> 통신은 7월 쿠데타 이후 이미 수백명의 시위대를 숨지게 한 군부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집트에서는 7월3일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돼 비밀장소에 감금된 뒤 무르시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와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일에도 전국적인 시위에서 50명 넘게 숨졌다.
유혈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 정부는 이집트에 대한 수억달러 상당의 지원을 유보하기로 했다. 이집트에 해마다 15억달러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은 8월에도 군사 지원 일부를 보류한 바 있다.
미 국무부는 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집트에 대한 대형 군사 장비 인도와 현금 지원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에이브럼스 탱크와 아파치 헬기, F-16 전투기 등이 보류 대상이라고 전했다. 2억6000만달러 상당의 현금 지원도 중단된다. 다만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집트 국민에게 제공되는 건강·교육 지원금과 국경수비·대테러 작전 자금, 시나이 지역 치안을 위한 자금은 계속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미 국무부는 “이집트가 공정한 선거로 문민정부를 세울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진전이 이뤄질 때까지” 지원을 유보한다고 강조했다. “미 당국자들은 (지원 유보 조처가) 친무르시 시위대에 대한 군부의 강경 진압을 막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한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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