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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자이단 리비아 총리 한때 피랍…반군, ‘알카에다 체포’ 보복

등록 2013-10-10 22:08수정 2013-10-11 08:19

반군 일파 ‘혁명작전조정실’ 밝혀
“리비아와 조율” 케리 발언 뒤 납치
카다피 이후 군벌 활개 혼란 극심
정부 부처별로 다른 반군과 결탁
미국이 지난 5일(현지시각) 리비아에 군을 투입해 알카에다 요원을 체포한 데 대한 보복이 ‘친서방’ 성향의 리비아 총리에게 가해졌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알리 자이단 리비아 총리가 10일 새벽 트리폴리의 한 주거용 호텔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몇시간 만에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자이단 총리를 붙잡아 간 집단은 2년 전 무아마르 카다피 축출에 참여했던 반군 집단의 일파인 ‘혁명작전조정실’이다. 이들은 리비아 내무부에 의해 트리폴리의 치안을 맡는 ‘용병’으로 고용돼 활동하고 있다. 혁명작전조정실의 대변인은 “자이단 총리를 체포한 것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리비아 정부도 알카에다 체포 작전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말한 뒤였다”고 말했다. 자이단 총리도 석방 직후 “정치적 대립이 리비아의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긴장감이 높아지지 않도록 지혜롭고 이성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5일 특수부대 네이비실을 투입해 트리폴리에서 알카에다 지도부로 1998년 미국 대사관 테러 사건을 주도한 아부 아나스 리비를 체포했다. 자이단 총리는 이를 ‘주권 침해’라고 비판하고 트리폴리 주재 미국 대사를 불러 따졌으나, 미국 언론들은 리비아와 미국 정부가 사전에 합의·조율한 작전이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자이단 총리가 미국의 작전을 용인해주고 나서도 ‘국내정치용’으로 미국에 항의하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됐다.

혁명작전조정실을 비롯한 여러 반군 그룹은 자이단 총리가 미군이 리비아 영토에서 리비아 국민을 체포하도록 방치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품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미국의 이번 체포 작전은 2012년 벵가지에서 미국 영사관 공격을 주도한 조직을 비롯해 무장 반군들의 화를 돋우었다”며 “이들은 보복으로 미국인 납치를 포함해 비행기·가스수송관 등 전략 요충시설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자이단 총리가 풀려나긴 했으나, 이번 사건은 리비아가 얼마나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리비아는 2011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을 받은 시민군의 봉기로 카다피의 42년 철권통치를 끝냈지만 이후 이슬람주의 무장그룹과 군벌이 활개 치는 무법천지가 됐다. 카다피의 몰락 이후 군부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무기는 군벌의 경쟁을 부추겼고, 리비아 동부 군벌은 중앙정부로부터의 자치를 주장하며 리비아 경제의 버팀목인 석유 생산을 통제해왔다.

군벌은 리비아 정부 안에도 분열을 일으켰다. <에이피>(AP) 통신은 “어느 반군과 결탁해 있느냐에 따라 리비아 정부 안에서도 이번 사건의 성격을 놓고 납치냐 체포냐로 갈라진다”고 전했다. 혁명작전조정실과 공조하고 있는 내무부 방범국은 “자이단 총리는 국가 안보를 해치고 부패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됐다”고 주장했으나, 법무부 장관은 체포 영장이 발부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총리는 ‘납치’된 것이라고 맞섰다. 반군들은 카다피의 몰락과 함께 리비아 군경이 와해되자 국가 안보·치안을 맡는 역할을 맡았으나 정부에 충성하기보다는 자기 조직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지 않는 정부 관리들을 협박하는 일도 서슴지 않고 있다.

카다피 정권에서 외교관으로 일했던 자이단 총리는 그동안 “리비아가 아프리카·중동 전역으로 무기를 수출하는 전진기지로 악용되고 있다”며 “서방국가들이 나서 반군의 공격을 중단해달라”며 도움을 요청해왔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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