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시장 예측가능성 높인 공로”
실러, 주가·부동산 거품 붕괴 경고
실러, 주가·부동산 거품 붕괴 경고
관점은 서로 엇갈리지만, ‘시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 탁월한 이론적 업적을 쌓은 미국 경제학자 3명이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미국 시카고대학의 유진 파마(74)와 라스 피터 핸슨(60) 교수,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67) 교수를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4일 발표했다. 왕립과학원은 “세 사람은 서로 연구 영역이 조금씩 다르지만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나타나는 모순된 현상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규명하고, 장기적으로 시장을 예측하는 방법론을 한 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공동수상자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현대 재무관리론의 대가로 잘 알려진 파마 교수는 신고전학파의 핵심 이론인 ‘합리적 기대 가설’을 증시에 접목시켜 탁월한 이론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시장에서 가격은, 모두에게 정보가 공개된 가운데 시장참여자들의 합리적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며 시장의 합리성을 강조한다. 파마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증시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통해 주식 투자의 교본으로 자리잡은 ‘포트폴리오(분산) 투자 이론’을 개발하기도 했다.
공동수상자 가운데 유일한 계량경제학자인 핸슨 교수는 유타대와 미네소타대 등에서 공부했으며 카네기멜런대학을 거쳐 시카고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자산가격 등 각종 경제통계를 독특한 수학 논리로 분석하는 ‘일반적률추정모형’(GMM)을 개발한 학자로 유명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계량경제학 분야에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10년 만”이라며, 특히 주어진 통계정보를 분석해 금융시장은 물론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인 공로를 평가했다.
‘행태(행동)경제학’의 대가로 통하는 로버트 실러 교수는 주식·채권 등 자산시장의 장기적 변화에 좀더 주목했다. 1972년 ‘합리적 예상과 이자율의 구조’에 관한 연구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0년대 초반부터 ‘효율적 시장’이란 주류 담론에 도전해 왔다. 1920년대 이후 미국의 실제 주식시장의 동향을 분석해 보면 ‘시장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주장은 틀렸으며, 오히려 편향되고 충동적인 쏠림 때문에 거품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히 실러 교수는 2000년에 펴낸 <비이성적 과열>이란 제목의 책에서 2000년 3월 이후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거품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며, 2008년의 금융위기를 일찌감치 경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는 미국 주요 대도시 집값을 집계하는 ‘케이스-실러 지수’의 창안자로도 잘 알려진 학자다.
박순빈 선임기자, 정인환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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