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3년전 거래상집 수색중 발견
피카소·마티스 등 작품 1500여점
비밀창고 보관하며 원소유주 추적
피카소·마티스 등 작품 1500여점
비밀창고 보관하며 원소유주 추적
나치가 유대인 수집가와 화상한테서 사실상 약탈한 피카소·샤갈·마티스 등의 그림 1500여점이 반세기 넘게 사라졌다가 발견됐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3일 보도했다. 예술품 가치는 10억유로(1조43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2차대전 이후 발견된 나치 약탈 예술품 가운데 최대 규모다.
<비비시>는 독일 시사주간지 <포쿠스>의 보도를 인용해 “독일 뮌헨에 사는 예술품 거래상의 아들인 코르넬리우스 구를리트의 집을 세무당국이 2011년 봄에 탈세 혐의와 관련해 수색하는 과정에서 거장들의 그림과 판화 등이 대규모로 발견됐다”며 “1500여점 가운데 200여점은 국제적 보증서가 있는 것으로, 1930년대와 1940년대에 나치가 유대인 수집가나 화상들한테서 몰수하거나 빼앗다시피 사들인 작품을 다시 헐값에 팔아넘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나치는 당시 유대인 예술가의 작품은 물론 근대 예술가 작품 대부분을 “타락했다”거나 “게르만 민족을 거스른다”며 평가 절하했다.
독일 세무당국은 이런 발견 사실을 즉각 공개하지 않고 미술품들을 비밀 창고에 보관하는 한편으로 그림의 원소유주를 추적하는 작업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홀로코스트 추모 박물관은 나치 정권 시절에 유대인들이 사실상 약탈당한 미술품이 1만6000여점에 이르리라 추정하고 있으며, 일부 자손들은 여전히 빼앗긴 미술품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
구를리트는 나치 시절 츠비카우 미술관에서 일한 예술품 거래상 힐데브란트 구를리트의 아들로, 자신의 아버지한테서 그림을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80대 노인인데, 그동안 뮌헨 슈바빙의 집에서 병적으로 홀로 은둔해 살아왔다. 세무당국은 그의 탈세 혐의를 잡고, 썩은 음식물과 수십년 된 통조림 깡통의 쓰레기가 산처럼 쌓인 그의 집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어두운 방에 있던 거장의 예술품들을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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