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이맘(이슬람 지도자) 샴시 알리(46)
랩 음악 즐기는 샴시 알리
종교 공존 강조로 미국서 명성
‘튀는 행보’에 무슬림은 반발
작은 모스크서 ‘종교대화’ 모색
종교 공존 강조로 미국서 명성
‘튀는 행보’에 무슬림은 반발
작은 모스크서 ‘종교대화’ 모색
* 이맘 : 이슬람 지도자
“플로리다주 목사의 코란 불태우기나 덴마크 신문의 선지자 모하메드 풍자만화는 웃기는 짓입니다. 그런 짓엔 그냥 웃으며 대꾸해야 합니다.”
미국 뉴욕의 이맘(이슬람 지도자) 샴시 알리(46·사진)는 ‘쿨’ 하다. 무슬림들이 최악의 ‘이슬람 모욕’이라며 분노한 두 사건을 언급하면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다. 그는 세계유대인의회 부의장이자, 스스로를 정통파 유대인이라 일컫는 마크 슈나이어(54)와 서로 신뢰하는 사이다. 알리는 랩 음악을 즐겨 듣고, 미국 힙합계 거물인 러셀 시몬스와 교류한다. 이슬람 경전 코란이 음악을 금한다고 해석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그를 ‘힙합 이맘’이라고 조롱한다. 반면 미국 정계와 유대계, 언론에서는 알리를 ‘신세대 이맘’의 대표주자로 높이 평가한다.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판은 알리의 삶을 롤러코스터처럼 들었다 놨다. 2001년 뉴욕에서 9·11 테러로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졌을 때, 무슬림 공동체도 큰 위기를 맞았다. 특히 뉴욕 최대 모스크(이슬람 사원)인 이스트할렘 96번가 ‘이슬람문화센터’가 당시 설화를 자초했다. 이곳의 최고 이맘이 “세계무역센터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은 유대인밖에 없다”고 주장한 게 문제가 됐다. 여론이 발칵 뒤집혔다. 이후 이슬람문화센터 지도자들은 대중적 설교로 입소문이 난 알리를 모스크의 얼굴로 내세웠다.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했을 때, 알리는 무슬림 대표로 그를 맞았다. “이슬람은 평화다”라는 부시의 연설 뒤에는 알리가 있었다. 그는 미국 사회에 “이슬람은 정의와 평등과 인내와 자유,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알렸다. 무슬림들에게는 “미국이 무슬림 국가들보다 안 좋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알리는 이때부터 급속도로 명성을 쌓아갔다. 매일 수천명의 무슬림 앞에서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극단주의의 폐해를 설파했다. 정치인들과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 앞에서는 종교 간 공존을 가르쳤다. 알리는 슈나이어를 모스크에 초대해 설교하게 했고, 유대교 회당에 나가 이슬람을 알렸다.
이슬람 현대화에 앞장선 알리의 활동은 미국 사회가 원하는 무슬림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슬람문화센터의 설립 주체인 쿠웨이트 정부와 뉴욕 무슬림들이 원하는 지도자상은 아니었다. 그의 왕성한 종교 간 활동과 튀는 행보에 무슬림 사회가 반발했다. 알리의 설교를 거부한 한 무슬림은 “무슬림과 유대인이 친구가 돼야 한다고 하지만, 우린 서로 종교가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1년 알리는 영문도 모른채 조용히 해고됐다. 지금은 뉴욕 퀸즈 외곽에서도 멀리 떨어진 신도수 20여명의 작은 모스크에서 일한다. 알리는 3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젊은 예배자들을 위한 ‘종교 간 비영리 재단’ 건립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나의 진짜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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