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아들·딸, 레게머리 등 고수
“흑인문화 이해하는 정치인” 평가
“흑인문화 이해하는 정치인” 평가
5일 미국 지방선거에서 뉴욕시장에 당선된 민주당의 ‘떠오르는 별’, 빌 더블라지오(<한겨레> 7일치 2면)의 가족이 ‘헤어스타일 정치학’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더블라지오는 이탈리아계 백인 정치인이지만, 흑인 아내와 아이들은 정통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머리 모양을 고수했다. 다문화 사회인 미국과 뉴욕의 정체성을 각인시킨 ‘전략적 성공’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블라지오의 열여섯살 아들 단테의 머리 모양은 ‘아프로’다. 둥글게 부풀린 곱슬머리다. 단테는 “솔직히 이 머리 모양은 나를 위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7일 “단테의 아프로는 아버지의 신뢰성을 보장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더블라지오는 니콰라과 혁명단체인 산디니스타를 지원했던 경력과 최상위층 소득세율 인상 등 진보적 정책으로 주목 받았다. 여기에 더해 아들의 아프로는 뉴욕시의 최대 현안인 ‘불심검문’ 논란에서 더블라지오의 입지를 강화시켰다. 뉴욕 경찰들은 주로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들을 표적 검문해 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유권자들은 아프로를 한 아들을 둔 더블라지오가 유색인종의 처지를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인물로 신뢰할 수 있었다.
더블라지오의 흑인 아내인 셜레인 매크레이는 작가이자 시민운동가인데, 머리카락을 여러 가닥으로 땋아 늘어뜨리고 다닌다. 일명 ‘레게머리’로 잘 알려진 ‘드레드락’이다. 열여덟살인 딸 치아라는 느슨하게 꼰 아프로 스타일에 큰 머리띠로 포인트를 준다. 눈썹과 이마의 피어싱까지 더해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스타일로 각광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가족의 머리 모양으로 인해 더블라지오는 흑인 문화에 친밀감이 있는 것으로 간주됐고, 이는 대다수 미국 정치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흑인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14.2%(4450만명)이다. 특히 뉴욕에서는 백인(33.3%)에 이어 흑인 유권자 비율이 25.5%나 된다. 하지만 미국의 주류 정치무대에서 흑인 스타일이 전면에 등장하는 것은 여전히 낯설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의 아내와 두 딸도 공식 석상에서는 타고난 곱슬머리를 곧게 편 ‘스트레이트’ 스타일을 선보일 정도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겸 이미지 전문가 미켈라 앤젤라 데이비스는 “더블라지오 가족은 우리가 이전에 보지 못한 방식으로 뉴욕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가 전국적인 (정치)무대에서 흑인 스타일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 더 놀랄 만한 일 아니냐”고 되물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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