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활동 동결 뒤 경제제재 완화
이란 제시한 ‘3단계 해법’엔 접근
건설중인 중수로 막판 쟁점으로
케리 “신뢰 구축에 시간 걸려”
회담 격 낮아져 부정적 전망도
이란 제시한 ‘3단계 해법’엔 접근
건설중인 중수로 막판 쟁점으로
케리 “신뢰 구축에 시간 걸려”
회담 격 낮아져 부정적 전망도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P5+1) 대표단의 ‘이란 핵 협상’이 10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났다. 이란 핵 문제 해결의 합의점을 찾으리라는 기대가 높았으나, 10년을 끌어온 갈등을 봉합하기엔 신뢰와 시간이 부족했다. 당사국들은 오는 20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사흘간의 마라톤 협상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상당히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지만, 일부 차이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다시 모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석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도 “결과에 실망하지 않았다”며 향후 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은 지난 7일부터 확산됐다. 특히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순방 일정을 중단한 채 8일 제네바로 합류하면서 기대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외무장관도 속속 회담장에 도착했다. 6개월 안에 이란이 핵 활동을 동결하고, 협상국들은 경제 제재를 완화하는 등 지난달 이란이 제안한 ‘3단계 방식’에 합의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무르익던 협상 분위기에 제동을 건 것은 프랑스였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기자들에게 “제네바 회담은 진전이 있었으나, 여전히 일부 의문점들이 있어 결론을 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파비우스 장관은 이란이 아라크 지역에 건설중인 플루토늄 중수로를 문제 삼았다. 이란과 협상 상대국 대표단은 지금까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는 협상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프랑스는 내년께 완공될 아라크 중수로가 가동될 경우,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고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우회로’를 확보할 것이라는 새 쟁점을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도 아라크 중수로에 연료 주입이 시작되면, 핵 물질 확산 우려 탓에 ‘공습’을 통한 제거도 어려워진다면서 강하게 반발해왔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아라크 중수로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8일 5시간, 9일 2시간씩 자리프 외교장관과 애슈턴 집행위원을 만나 중재 노력을 기울였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은 물론 아라크 중수로도 평화적 원자력 이용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주요 산유국인 이란이 핵에너지 용도로 플루토늄을 생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게다가 아라크 중수로 설계도 핵무기 제조에 적합해, 이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케리 장관 역시 회담 뒤 아라크 중수로 가동이나 연료 주입을 제한하는 것도 협상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가 제네바에 왔을 때보다 떠날 때 (협상 타결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오랫동안 반목해 온 국가들 사이에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20일 재개될 협상의 전망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뉴욕타임스>는 각국 외교장관들 대신 차관급 수준에서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이란과 협상 상대국들의) 차이를 좁힐 자신감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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