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지머먼(29)
흑인소년 살해 인종차별 상징인물
무죄 석방뒤 여자친구에 엽총겨눠
무죄 석방뒤 여자친구에 엽총겨눠
조지 지머먼(29·사진). 21세기에도 미국 사회에 여전한 ‘흑백갈등과 인종차별의 상징’으로 역사에 남은 이름. 그는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 죽이고도 법의 심판을 피했으나, 결국은 여자친구에게 총을 겨눠 다시 제 발로 법정에 걸어 들어간 꼴이 된 ‘어리석음의 상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각) 조지 지머먼이 여자친구 서맨사 샤이버(27)에게 총을 겨눈 혐의로 다시 법정에 섰다고 보도했다. 지머먼은 전날 여자친구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보석금 9000달러를 내고 석방됐다. 그러나 총기 및 탄약 소지와 여자친구 자택에 접근하는 것이 금지됐다.
지머먼은 19일 전자 감시장치가 부착된 옷을 입고 플로리다주 세미놀 카운티 법정에 출석했다. 그의 여자친구는 경찰에서 “지머먼이 엽총을 겨눴고, 일주일 전엔 집에서 목을 졸랐는데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 여자친구는 “지머먼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고 세미놀 카운티 검사가 밝혔다.
백인과 히스패닉 혼혈 자경단원이던 지머먼은 지난해 초 17살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죽였다. 모자 달린 티셔츠를 입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마틴을 범죄자로 오인해 추격했고, 몸싸움 끝에 총을 발사한 것이다. 그는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7월 정당방위 주장을 앞세워 무죄 판결을 받았다. 사건 당시부터 미국 사회의 해묵은 인종차별 논란에 불을 지폈고, 판결 이후 흑인 사회의 분노와 절망은 깊어졌다.
그러나 법으로부터 자유를 선물받은 지머먼은 스스로 삶을 파괴했다. 그는 석방된 지 2주 만에 텍사스주에서 과속으로 경찰에 단속된 것을 시작으로, 플로리다주에서도 차량 선팅과 번호판 부착 규정 위반으로 2차례 단속됐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지난 9월 별거중인 아내를 총기로 위협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18일에도 여자친구한테서 결별 통보를 받고 언쟁을 벌이다 다시 총에 손을 댔다. 지머먼은 경찰에게 “나는 모든 사람들이 진실을 알기를 원한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여론은 그가 말하는 ‘진실’에 귀를 닫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