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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화해의 거인’ 마지막 길…반목하던 정상들도 한자리 모였다

등록 2013-12-10 20:34수정 2013-12-11 08:28

[만델라 영결식]

미국 오바마-쿠바 카스트로
적성국 관계지만 차례로 헌사
91명 국가수반 등 대규모 참석
세계 각 종교도 기도회로 추모
일반인 9만여명 축제처럼 참여
지구촌의 반목과 분열이 한순간 멈췄다.

10일 오후(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에프엔비(FNB) 주경기장.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떠나보내는 영결식 단상에 들어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반갑게 악수를 했다. 카스트로 의장도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20세기 중반 핵전쟁 직전까지 치달았고 지금도 적성국인 두 나라 정상이 거인의 죽음 앞에 역사적인 악수를 했다. 양국 정상이 공식석상에서 악수한 것은 1959~1961년 쿠바혁명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불법 사찰로 대립중인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는 가벼운 포옹과 입맞춤을 나누었다.

‘아프리카의 땅이 낳은 아들’로 소개되며 우레 같은 갈채 속에 연단에 오른 오바마 대통령은 만델라를 “역사의 거인” “20세기의 위대한 해방자”로 칭송했다. 이어서 그는 “그의 투쟁은 당신의 투쟁이었고, 그의 승리는 당신의 승리였다”며 “당신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의 유산”이라고 존경심을 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만델라는 증오를 미워하고 용서의 힘을 보여줬다”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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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영결식은 쏟아지는 빗속에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시작됐지만 거인이 미완으로 남긴 꿈, ‘자유롭고 평등한 아프리카와 지구촌’에 대한 열망과 추모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우리 전통으론 누군가 장례를 치를 때 비가 온다면 신이 그를 천국으로 맞아들이는 것입니다.” 남아공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시릴 라마포사 부의장이 이날 정오께 역사적인 영결식의 막을 열었다. 먼저 특정 종교나 종파에 얽매이지 않은 추모 기도가 진행됐다. 유대교, 힌두교, 이슬람교, 기독교 형식의 기도가 차례로 이어졌다. 만델라 자신은 감리교 신자로 세례를 받았지만 인종·성별·종교 등 어떤 이유로든 차별이 없는 ‘무지개 나라’를 꿈꾼 거인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자는 뜻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영결식은 세계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행사가 됐다. 남아공 정부는 9일 오후 “91명의 국가·정부 수반, 10명의 전직 수반, 86명의 사절단 대표, 75명의 명사가 참석한다고 알려왔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등 유럽·북미 국가의 정상뿐 아니라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국제무대에서 좀처럼 환영받기 힘든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처럼 분쟁과 혼란이 그치지 않는 나라의 정상들도 추모의 발걸음을 했을 정도다. <가디언>은 “만델라 추모 열기는 윈스턴 처칠,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의 열기를 무색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구촌 분열과 반목의 상징인 세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만델라의 개인 보좌관으로 10여년을 일해온 젤다 라 그란지는 “참석자들은 마디바(만델라의 존칭 겸 애칭)와 자신의 관계를 존중해야만 한다. 만약 그것이 적들과 악수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나는 그것을 보고 싶다. 그것은 사람들이 차이를 뛰어넘어 화합하고 함께하는 것이다. 바로 만델라 자신이 그러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가디언>은 “모두를 아우르는 참석자 목록은 공식적 적성국들이 대담하고 비밀스런 외교를 펼칠 수 있는 기회와 가림막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영결식에선 만델라와 함께 민주화 투쟁을 하다 옥고를 치른 앤드루 음랑게니를 시작으로, 만델라의 가족들이 차례로 헌사를 바쳤다. 국제사회 대표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은코사자나 주마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이 조사를 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 히피케푸니에 포함바 나미비아 대통령,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차례로 헌사를 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의 기조연설과 이반 아브라함스 감리교 주교의 설교가 이어지며 4시간 동안의 장엄한 지구촌 행사가 마무리됐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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