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 CEO 메리 바라
기술학교서 엔지니어링 공부
인턴입사 33년만에 최고자리
관료주의 깬 혁신 높이 평가
한국지엠 생산 줄일지 촉각
기술학교서 엔지니어링 공부
인턴입사 33년만에 최고자리
관료주의 깬 혁신 높이 평가
한국지엠 생산 줄일지 촉각
39년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금형을 만든 메리 바라의 아버지는 상상이나 해봤을까. 딸 메리가 여성 최초로 지엠 최고경영자(CEO)가 되리라는 것을. 그것도 지엠 사장이던 로이드 로이스의 아들인 마크 로이스 지엠 북미 사장을 제치고 말이다.
미국 1위, 세계 2위 자동차회사 지엠이 10일(현지시각) 메리 바라(51·사진)를 최고경영자로 임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엠 글로벌제품개발 부사장을 맡고 있는 바라는 새해 1월15일부터 댄 애커슨 회장의 자리를 이어받는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남성 리더십’ 산업으로 여성 최고경영자는 지엠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처음이다.
<뉴욕 타임스>는 바라를 ‘지엠의 여성 최고경영자가 되려고 태어난 사람’으로 묘사했다. 바라는 지엠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며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어릴 때부터 자동차에 큰 관심을 보였고, 열여덟살이던 1980년 지엠기술학교에서 엔지니어링을 배우기 시작했다. 학업과 함께 지엠 폰티악 부문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33년간 각종 엔지니어링과 조립라인 관리직에서 일했다. 2009년 인재개발 책임자, 2011년 부사장을 거쳐 이번에 ‘지엠 오디세이’를 완성했다. 남편 토니 바라도 기술학교에서 만나 결혼했고 두 자녀를 두고 있다.
지엠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바라의 임명안을 통과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를 2009년 구제금융 사태 이후 지엠에서 일어난 변화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기념비적 사건이라 평가한다. 관료주의적이고 고루한 지엠이 유연하고 변화에 민감한 조직으로 거듭난 사례라는 것이다. 8년 전까지만 해도 지엠의 고위 경영자 54명 중 여성은 3명뿐이었다. 임원 구조조정이 이뤄진 지금은 20여명의 고위 경영자 중 6명이 여성이다. 바라는 성명에서 “이것은 역사의 전환이다. 내가 그 일부가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애커슨 회장은 10일 “바라는 성별이 아니라 재능으로 뽑혔다”며 “바라가 (지엠의) 혼돈에 질서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바라는 지엠의 관료주의를 깨뜨리는 데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동차 모델별 담당 임원을 3분의 1로 줄여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자동차 플랫폼 종류와 호환 부품 수를 줄여 생산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 더 빨리 새 모델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조직을 만들었다. 바라가 부사장을 맡는 동안 지엠은 쉐보레 소닉 등 경쟁력 있는 소형차를 선보였다. 수요가 많은 픽업트럭도 디자인을 바꿨다. 새벽 6시에 출근할 정도로 일에 몰두하고 목표지향적이지만 부드럽게 말하고 합의를 잘 이뤄내는 성격 탓에 조직을 잘 이끈다는 평가도 받는다.
최고경영자 메리 바라 앞에는 라인업 강화와 수익률 확대 등 도전 과제가 산처럼 쌓여 있다. 한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유럽시장 쉐보레 철수와 한국지엠 생산 축소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바라는 지난 8월13일 본사 고위 인사로는 처음으로 한국지엠 부평공장 등을 방문해 생산시설 및 기술개발 현황을 점검했다. 그의 방문은 5월 애커슨 회장의 ‘통상임금에 따른 비용 부담’ 발언 등과 맞물려 여러 해석을 낳았다.
전정윤·이정애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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