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오른쪽 셋째)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오른쪽 넷째) 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들과 회동하고 있다. 이날 정보기술 기업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가안보국(NSA) 감시활동 개혁을 촉구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외국 통제 강화로 기업 활동 곤란
스노든, 브라질에 망명 타진 서한
스노든, 브라질에 망명 타진 서한
미국의 정보기술(IT) 대표 기업 지도자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났다. 백악관은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웹사이트 개선 문제를 최우선 화두로 삼으려 했으나, 화제는 재빠르게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정책 개혁 쪽으로 옮겨졌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구글·야후·에이티앤티(AT&T) 등의 15명의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임원들이 17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면담은 애초 1시간 정도로 계획됐으나,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최고경영자 등 일부 참석자는 이날 회동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의 불신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이 미국 정보기술 기업들에게 자국 사용자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센터를 브라질에 두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외국 정부의 미 인터넷 기업 통제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석 기업들은 성명을 통해 “지난주에 우리가 발표한 정부사찰에 대한 원칙을 대통령과 직접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점을 평가한다”며 “우리는 대통령이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인터넷 기업 8곳은 지난 9일 미국 정부에 감시활동 체계를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내고, 이를 광고로 게재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기업들이 공동 전선을 구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회동은 대통령이 최고경영자들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또 “대통령은 인터넷이 개방적이고, 자유롭고, 혁신적이어어야 한다는 믿음을 명백히 밝혔으며, 업계의 우려와 조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미 행정부와 정보기술 업체들의 밀월 관계에 균열을 일으킨 당사자는 최근 브라질에 영구적인 망명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에 임시 망명중인 전직 미 국가안보국 계약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브라질 정부에 “미 국가안보국의 브라질 감시활동에 대한 조사에 협조하겠다. 그에 앞서 어떤 나라든 나에 대한 영구적인 망명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하지만 브라질이 미국과의 긴장관계를 감수하면서까지 스노든의 망명을 허용하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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