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기료, 셰일가스 덕 유럽 절반
가스 부산물 에탄 값도 크게 내려
석유화학 중심 미 제조업 투자 급증
한국·유럽 등 경쟁사엔 큰 도전
가스 부산물 에탄 값도 크게 내려
석유화학 중심 미 제조업 투자 급증
한국·유럽 등 경쟁사엔 큰 도전
지금 하나의 질문이 세계를 맴돌고 있다. 셰일 에너지 개발이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있는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연두교서에서 “우리에게는 100년 동안 사용할 에너지가 있다. 셰일가스를 핵심적인 미래 에너지 산업으로 발전시켜 2020년까지 미국에서 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되찾을 전략의 핵심으로 셰일가스 개발을 언급한 것이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른 지난 10월 말, 미국 셰일가스 혁명의 중심지인 텍사스 휴스턴에선 미국 제조업 부활의 기대가 무르익고 있었다. 석유화학 업체들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텍사스주와 루이지애나주가 만나는 멕시코만 일대에 공장 착공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셰일가스 붐으로 저렴해진 미국 가스, 셰일가스 개발 과정에서 풍부하게 생산되는 에탄 등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기업들을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원자재 시장 분석 전문매체인 <아르거스> 산하 <내추럴가스 아메리카>의 아누샤 데 실바 편집장은 “셰일가스 개발로 저렴해진 미국 가스 가격의 이점을 활용하려는 많은 기업들의 움직임이 있다”며, 메타넥스(세계 최대의 메탄올 제조사)가 칠레 남부에서 멕시코만으로 공장을 이전했으며 미국 중심부에 많은 비료 공장들이 건설중이거나 건설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셰일가스 붐으로 (에틸렌의 원료인) 에탄 생산이 크게 늘고 저렴해지자 기업들이 멕시코만 지역에 새로운 에틸렌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압축천연가스를 활용한 차량 수요도 늘고 있다. 석탄 발전소들이 문을 닫고 가스를 이용한 전력 생산이 늘고 있다”고 변화의 풍경을 설명했다.
미국 화학산업의 약진은 한국과 유럽 등의 경쟁사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한국 등 동북아의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원료로 활용하고 있는데, 셰일가스 개발로 가격이 크게 저렴해진 에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미국 내 공장들한테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고 있다. 미국 내 에탄 가격은 2011년 갤런당 91센트에서 올해 26센트선으로 떨어졌다. 셰일가스 덕분에 미국의 전기 요금이 유럽의 절반 수준, 가스 가격은 유럽의 3분의 1 수준이 됐다. 그 결과 석유화학 산업을 기준으로, 제조업의 대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올들어 셰브론필립스화학, 다우케미컬, 리언델바젤, 대만의 포모사 플라스틱,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 등이 텍사스주에 새로 에틸렌이나 폴리에틸렌 생산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미국화학산업연합회는 이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다국적 석유화학 기업들이 현재 136건, 총 910억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고 집계·발표했다.
휴스턴 상공회의소격인 ‘휴스턴파트너십’의 제라노 페냐 부회장은 “최근 셰일에너지 붐 이후 철강, 석유화학 분야의 많은 기업들이 이 지역에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 휴스턴에는 일자리를 찾아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 기업들도 직업훈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첨단 엔지니어 뿐 아니라 셰일에너지 개발 현장에서 필요한 트럭 운전수나 채굴 노동자 등 인력을 대규모로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텍사스에선 27만4700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10만6000명의 인구가 유입됐다. 지난해 텍사스주의 경제성장률은 4.8%로, 미국 전체 성장률 2.2%보다 훨씬 높았다.
페냐 부회장은 “셰일에너지 개발 기술을 습득하려는 외국기업들의 투자도 늘고 있다”며 “한국·중국·일본 기업들이 휴스턴에 기술자들을 파견하거나 투자해 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자랑했다. 5000여개의 석유·가스 관련 기업들이 모여 있는 휴스턴 지역에선 셰일가스와 관련된 시추·탐사장비 제조업체들도 호황을 맞고 있고, 셰일가스 개발 과정에서 나오는 오염수 처리나 컴퓨터 제어 기술 등도 유망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에너지 수입에 지불해야 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미국의 무역적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화학산업연합회는 미국의 화학제품 수출이 향후 5년 동안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11년까지만 해도 화학제품 수입국이었던 미국이 올해는 27억달러의 수출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셰일에너지 개발과 함께 오바마 행정부의 제조업 유턴 정책이 본격 가동되자 석유화학 업체 이외의 기업들도 중국 등의 해외공장을 줄이고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모토로라는 자사의 스마트폰인 ‘모토X’를 텍사스 포트워스의 공장에서 조립하겠다고 발표했고, 대부분의 제품을 중국에서 생산해온 애플도 지난해 말부터 신형 아이맥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올해 초 시티그룹이 내놓은 보고서 ‘에너지 2020:독립기념일(Independence Day)’은 셰일가스 붐 덕분에 “세계의 유일 강대국으로서 미국의 구실이 강화되고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스턴/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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