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스노든 대면 인터뷰 공개
정부 권력 비밀리에 키우기보다
솔직하게 토론하는게 낫다고 봐
정부 권력 비밀리에 키우기보다
솔직하게 토론하는게 낫다고 봐
“내 임무는 이미 완수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계약직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지난 6월 미국의 지구적 정보감시 활동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낸 이후 처음으로 ‘대면 인터뷰’에 응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는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의 비밀 장소에서 스노든을 14시간 넘게 인터뷰해, 24일(현지시각) 이 내용을 보도했다.
스노든은 인터뷰에서 “나는 이미 이겼다”고 선언했다. “공중(public)이 (미 정부에 의해) 어떻게 다스려지는지 토론하게 되길 원했고” 이미 그 목표를 이뤘다는 것이다. 스노든은 이전에 한 몇몇 이메일 인터뷰에서 “유일한 두려움은 사람들이 (내 폭로에) 신경쓰지도 않고, 변화를 원하지도 않는 무관심”이라고 말했다.
스노든을 직접 만나본 <워싱턴 포스트> 취재진은 그를 “정돈된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묘사했다. 엔지니어답게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책을 찾는 성격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런 스노든에게 ‘위험한 대량감시기계’(국가안보국)는 점점 더 억제되지 않는 ‘문제’였다. 그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 있는 미국 정부의 국외정보감시법원(FISC)과 의회는, 스노든한테는 “국가안보국에 의해 조종되는 판결의 무덤”으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누군가는 국가안보를 우회해야 했고, 국가안보국의 비밀을 캐내야 했고, 기자들과 비밀리에 접촉해 문제를 입증할 증거를 제공해야만 했다. 스노든은 자신이 그 누군가가 돼야 한다고 결심했다. 29살의 젊은이는 홀로 거대한 국가안보국을 뒤집었다. 누구에게도 감시받지 않고 남을 감시하는 데 익숙해진 국가안보국은 이제 전례 없는 감시에 직면해 있다.
스노든은 자신을 ‘배신자’로 지목한 미국 정부의 비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론을 폈다. “나는 국가안보국을 무너뜨리려 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선하려고 한다. 나는 (인터뷰를 하는) 이 순간에도 국가안보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 국가안보국만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나는 우리 정부의 권력에 대해 공적으로 솔직하게 토론을 하는 비용이 이 권력을 비밀리에 계속 키우는 위험보다 더 적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스파이로 간주하는 음모론을 두고는 “내가 미국보다 러시아나 중국, 다른 나라에 더 충성심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증거가 없다. 나는 (임시 망명을 허락한) 러시아 정부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맞받았다. “내가 굳이 (미국을) 버린 거라면, 나는 정부를 떠나 공중한테로 온 것이다.”
스노든은 유배자로 갇힌 심경도 밝혔다. “집을 떠나는 것은 나에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다만 내가 (자유롭게) 앉을 수 있고, 생각할 수 있고, 쓸 수 있고,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것이 훨씬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논쟁의 초점은 내가 아닌 국가안보국에 맞춰지길 바란다”며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게 놔두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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