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 위해 신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13.12.26. / 도쿄 교도=연합뉴스
주일 미국대사관 성명 내놔
과거사 문제 해결 거듭 촉구
과거사 문제 해결 거듭 촉구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미국 시각으로 크리스마스 휴일 밤에 이뤄진 일이지만, 중대 사안임을 고려해 불과 몇시간 만에 주일 미국대사관을 통해 성명을 내놨다.
성명을 보면, 먼저 “일본은 미국의 소중한 동맹국이자 친구”라고 전제한 뒤 “일본 지도자가 이웃 국가들과의 긴장을 악화시킬 행동을 취한 것에 실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과 이웃 국가들에 과거사 문제 해결과 관계 개선의 길을 찾으라 촉구하며 “아베 총리의 과거에 대한 반성(remorse)과 일본의 평화 결의를 재확인한 데 대해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행위에 반대 뜻을 분명히 한 뒤,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과 이웃 국가가 공동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지역 정세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은 한-일 과거사 갈등을 어떤 식으로든 봉합해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 체제를 강화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아베 정권에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중국 등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하라고 요청해왔다. 이달 초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아베 총리를 만나 이런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초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외교·국방장관 연석회의) 참석차 방일한 존 케리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야스쿠니 신사가 아닌 무명용사 묘지인 치도리가후치 전몰자묘원을 참배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야스쿠니 참배가 아베 정권에 대한 미국의 평가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쪽은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하지 않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인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참배로 일본을 두둔하려는 워싱턴의 이런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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