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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셰일 강국 캐나다를 잡아라…한-중-일 ‘총성없는 전쟁’

등록 2013-12-26 20:51수정 2013-12-27 10:48

캐나다 북서부의 혼리버 셰일가스전을 공동으로 개발중인 한국가스공사와 엔카나 기술진들이 지난 10월 말 지하 2500m 아래에 있는 깊숙한 바위틈에서 셰일가스를 뽑아내고 있는 가스 채굴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캐나다 북서부의 혼리버 셰일가스전을 공동으로 개발중인 한국가스공사와 엔카나 기술진들이 지난 10월 말 지하 2500m 아래에 있는 깊숙한 바위틈에서 셰일가스를 뽑아내고 있는 가스 채굴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광활한 캐나다 셰일함유층 놓고
동북아 3국 점유 각축전 불붙어
미국보다 개발기술 확보에 유리
중 기업, 거액에 현지업체 인수도

한국가스공사 참여 혼리버 가스전
3년여만에 하루 275만㎥ 뽑아내
“개발·시추 경험 소중한 밑거름”
가지마다 흰 눈을 안은 채 꼿꼿하게 서 있는 소나무와 자작나무들의 숲길을 한참 달렸다. 갑자기 나무를 모두 깎아낸 붉은 대지가 햇살 아래 모습을 드러낸다. 그 위에 줄지어 선 2m 정도 높이의 가스 채굴 설비들은 땅속 2500m 아래 깊숙한 바위 틈에서 셰일가스를 뽑아내느라 쉬지 않고 숨을 몰아쉰다.

10월말 캐나다 서부 앨버타주의 캘거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1300㎞를 올라간 곳에 위치한 북극권 근처 작은 마을 포트넬슨에서 다시 차로 1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혼리버지역의 키위가나 셰일가스전. 2010년부터 한국가스공사와 캐나다 최대의 가스기업인 엔카나가 합작으로 셰일가스를 개발하고 있는 현장이다. 축구장 2800여개 크기인 약 200㎢의 광활한 광구를 16개 구역(pad)으로 나눠 개발중인데, 이중 3개구역에서 셰일가스 생산을 시작했고 또다른 한 구역은 최근 시추공 굴착을 끝냈다.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대륙 곳곳에는 이곳처럼 셰일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한 수만개의 시추공들이 땅 속을 파고들면서 ‘셰일 에너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이곳 캐나다 북서부의 광활한 지역은 한겨울엔 영하 40~50℃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황량한 땅이지만, 셰일에너지를 둘러싼 ‘총성없는 에너지 전쟁’이 뜨겁다. 이 지역에는 가스공사의 키위가나 광구가 위치한 혼리버 셰일층을 비롯해 몬트니 셰일층, 그리고 최근 개발이 시작된 드브네이 셰일층이 위치해 있다. 석유와 가스를 듬뿍 품고 지하 깊은 곳에 거대한 떡처럼 놓여 있는 이 셰일층의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엑손, 셰브론, 엔카나, 아파치, 임페리얼 등 미국과 캐나다의 쟁쟁한 에너지 기업들의 각축전과 함께 한국, 중국, 일본 기업들의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인 중국해양석유(CNOOC)는 올해 150억달러를 들여 캐나다의 대표적인 에너지 업체 넥슨을 인수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해외기업 인수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12월 엔카나는 중국 국유기업 페트로차이나와 21억달러규모의 합작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페트로차이나는 엔카나가 캐나다 서부에 보유한 셰일 에너지 광구 개발에서 49.9%의 지분을 확보했다. 셰일 에너지 개발이 본격화된 2008년 이후 중국 에너지 기업들은 미국과 캐나다의 에너지 회사나 석유·가스전에 442억달러를 투자했다고 시장조사업체 딜로직(Dealogic)은 집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처럼 통큰 투자를 하는 중요한 목적은 셰일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기술 획득이라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대규모 셰일가스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과 캐나다뿐으로, 이 두 나라만 셰일가스를 상업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량을 가진 것으로 추산돼 개발에 성공하면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아직은 기술이 부족하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중국에 대한 경계감이 커 기술 이전을 꺼리기 때문에, 중국 국유기업들은 아예 캐나다의 관련 기업들을 통째로 인수하거나 지분을 사들여 기술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특히 2006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캐나다 보수당 정부의 스티븐 하퍼 총리는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을 억누르고 에너지 강대국이 되겠다는 목표에 공을 들이고 있어, 중국 등의 투자 유치에 매우 적극적이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에너지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캐나다의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모여 있는 캘거리에는 미쓰비시, 히타치, 도요타를 비롯해 일본의 주요 기업들이 진출해 에너지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9월 말 캐나다를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하퍼 캐나다 총리와 만나 캐나다산 셰일가스 개발에 긴밀히 협력하고, 캐나다산 가스를 일본이 조기에 들여올 수 있도록 가스관과 기반시설 건설에 일본이 협력하는 문제도 논의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핵발전소들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일본 전체 전력생산에서 천연가스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고 전 3분의 1에서 현재 50%로 늘었다.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한국의 셰일가스 개발 참여는 걸음마를 막 뗀 단계다. 캐나다에서 가스공사가 직접 개발에 참여하고 있고, 미국 텍사스주 이글포드의 셰일가스 개발에 석유공사가 투자해 일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정도다. 캐나다의 혼리버 가스전은 한국이 실제 셰일가스 개발에 참여해 기술을 확보한 최초의 사례다.

혼리버 가스전 취재길에 동행한 엔카나의 지질학자인 알렉스 살다나는 개발을 시작한 2010년 2월 이곳에 처음 왔던 순간을 떠올렸다. “숲 사이로 난 작은 길 외에는 아무 것도 없던 이곳에 와서 광구와 주변 산의 암석을 조사하고 첫 시추 구멍을 뚫었다. 하나의 드릴비트(드릴 끝날)로 5200m를 파들어간 세계기록도 세웠다.”

그로부터 27개월 뒤인 2012년 5월30일 첫 생산을 시작했고, 지금은 하루 약 1억mmcf(약 275만㎥)의 셰일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63빌딩 10개를 합쳐놓은 깊이인 지하 2500m까지 수직으로 파들어간 뒤, 거기서 서서히 수평으로 꺾어 3000m를 파들어간 셰일층 깊은 곳에서 가스를 뽑아내고 있다.  

셰일가스전의 시추단계에선 20층 건물 높이가 넘는 52m 높이의 거대한 굴착장비가 수평으로 움직여가며 시추공을 뚫는다. 그 다음 단계는 물과의 싸움이다. 수압파쇄 과정에서 한 시추공당 몇만t의 물이 들어간다. 혼리버가스전에는 인근 포트 넬슨 강에서 퍼올린 물을 모아두는 100만㎥의 거대한 저수지가 있고, 그 위에는 수압파쇄용 모래를 산처럼 쌓아놓은 거대한 텐트가 있다. 수압파쇄를 하려면 먼저 시멘트와 철제 파이프로 시추공 벽을 감싼 뒤 폭약을 총알처럼 쏘아 파이프와 암석에 구멍을 만든다. 이 안으로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액체를 강한 압력으로 집어넣으면 암석층에 사방으로 균열이 만들어지면서 수억년 동안 셰일층에 갇혀 있던 가스와 석유, 콘덴세이트 등의 성분이 빠져나오게 된다. 약 100m 간격으로 수압파쇄를 계속해 가면 암석층에서 빠져나온 가스가 지상에 설치된 채굴기를 통해 모아져 가스 플랜트로 보내진다. 거대한 가스 플랜트에서는 여러 공정을 거치면서 가스와 물을 분리하고 불순물을 제거한 뒤 가스관을 통해 판매처로 나가게 된다.

캐나다도 셰일가스를 아시아로 수출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는 지금까지 가스 생산량중 35%만 국내에서 사용하고 65%는 가스관을 통해 미국에 판매해 왔지만, 미국 셰일가스 생산이 급증하면서 판매가 줄자 다른 시장을 절박하게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셰일가스 생산지들이 위치한 캐나다 서부에서는 셰일가스를 아시아로 수출하기 위한 액화천연가스(엘엔지) 프로젝트들이 한창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셸과 한국가스공사, 미쓰비시,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이 손잡고 추진하는 ‘엘엔지 캐나다 프로젝트’와 셰브론과 아파치의 키티마트 프로젝트는 이미 캐나다 정부의 가스 수출 승인을 받고 부지 매입도 끝냈다. 하지만, 태평양 해안의 엘엔지 수출시설까지 셰일가스를 운송하려면 가스관이 원주민 보호지역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환경파괴를 우려해 가스관 건설에 반대하는 원주민들과 환경단체를 설득하는 과제가 남았다.

지질학자로서 혼리버가스전 개발을 담당해온 가스공사의 이규호 과장은 지난 4년여의 개발 과정을 이렇게 되짚었다. “이곳에서 지질탐사부터 시추, 개발, 생산까지 셰일가스 개발의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한국 기업이 우리 힘으로.직접 셰일가스 전을 개발하고 시추한 경험은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여기서 익힌 기술은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 우리가 셰일가스를 자주개발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H6s혼리버·캘거리/글·사진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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