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장관과 존 케리(오른쪽)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각)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워싱턴 미 국무부 청사 트리티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북한정세 평가’ 고위급회의 신설
정부, 중국 합류도 추진키로
중 동조 가능성은 낮아
북, ‘도발’로 간주해 반발할 듯
‘북핵’대신 ‘북한’ 택한 정책변화에
6자회담 위상 약화 우려 나와
정부, 중국 합류도 추진키로
중 동조 가능성은 낮아
북, ‘도발’로 간주해 반발할 듯
‘북핵’대신 ‘북한’ 택한 정책변화에
6자회담 위상 약화 우려 나와
정부 고위 당국자가 기자들과 공식 간담회 자리에서 한-미 간의 북한 정세 평가회의 개최에 대해 설명하며 ‘북한의 변화 유도’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 체제에 대한 자긍심을 강조하는 북한 당국이 여기에 알레르기적인 거부감을 보일 게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미 외교 당국자들은 설사 이런 논의를 했더라도 ‘북한 정세에 대한 안정적 관리’를 해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식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게 관례다.
더욱이 윤병세 외교장관은 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회담한 뒤 특파원 간담회에서 “장성택 처형 등 북한의 리더십이 예측 불가능하고 내부 정세가 아주 유동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급변사태 문제도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한다, 안 한다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그런 것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북한 당국으로선 ‘도발’로 받아들일 만한 발언이다.
그러나 ‘북한의 변화 유도’라는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한·미가 조지 부시 행정부 때처럼 북한의 ‘정권 교체’ 추진까지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한반도 통일 기반 조성’이라는 맥락과는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윤 외교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한·미는 핵 문제를 넘어서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구축 문제,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말씀하신 한반도의 평화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전략적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북한 정세를 평가하는 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고위 당국자의 설명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 고위 당국자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에 어떤 게 있느냐’는 질문에 “북한 정부에 대한 기존의 방식이 있을 수 있고, 북한 주민에 대한 것이 있을 수 있고, 그걸 이뤄내는 형식도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독자적인 정책보다는 미국·중국·유엔 등 국제사회도 관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중국 쪽이 한·미의 이런 접근법에 동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미국 쪽이 북한 정세를 평가하는 고위급 회의 개최에 합의한 것은 맥락이 조금 달라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말 장성택 처형 사태 이후 북한 지도체제의 불안정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해 말 미국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장성택 처형 사건에 대해 “김정은 체제의 무모함과 불안정성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를 한 바 있다. 그는 당시 “김정은과 같은 사람의 손에 잠재적으로 핵무기를 갖게 하는 것은 더욱 받아들일 수 없게 되고 있다”며 “우리가 중국·러시아·일본·한국과 같은 태도를 취해야 할 긴급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비핵화에 가능한 한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북한의 새 체제에 대한 약간의 불안이 깔려 있는 상태에서 장성택 처형까지 있다 보니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해 과거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미의 이런 정책 방향은, 그렇지 않아도 5년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는 6자회담 틀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지부진한 북핵 협상보다 ‘북한 문제’ 대응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를 빌미로 6자회담에 소극적으로 나올 개연성 외에도, 기존의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구실과 위상을 약화시킬 수 있다. 실제 정부 당국자는 북한 정세를 평가하는 회의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도 “6자회담 수석대표보다 더 고위급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한-미 간에 시작하고 필요하면 중국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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