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주요 6개국(P5+1,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지난해 11월 타결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잠정합의’를 실행에 옮길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하고 20일부터 이를 이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앞으로 6개월 동안 핵활동을 축소·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일 사찰을 받아들이며, 그 대가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은 이란의 동결된 국외 자산 일부를 해제해준다.
이란과 주요 6개국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의 초기단계 이행조처를 담은 ‘공동 행동계획’을 확정했다고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등이 밝혔다. 양쪽은 앞으로 6개월 동안 포괄적 합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며, 양쪽이 합의하면 협상 기간을 6개월 연장할 수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막도록 검증 가능한 해결책에 도달하는 데 중요한 단계를 밟았다”며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란 핵프로그램 개발이 진전될 수 없게 됐다”고 환영했다.
이번 합의는 이스라엘과 이란 강경파, 미국 의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이란 핵 협상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란이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과 바레인·예멘에 군사력을 계속 지원하는 등 미국·유럽연합(EU)과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에서도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은 이런 지역 갈등과 핵협상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양쪽이 6개월 동안 이행해야 할 조처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잠정합의’의 내용 그대로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이란이 순도 5%가 넘는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고, 기존에 농축한 순도 20% 이상의 우라늄을 희석해 무기급으로 전용할 수 없게 하는 조처다.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의 신규 설치 및 가동을 중단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그 대가로 주요 6개국은 외국은행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수출대금 42억달러를 포함해 약 70억달러의 자금을 이란이 인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기존의 경제제재는 그대로 유지된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가 관건인데, 양쪽은 북한과 과거 핵협상 때 적용된 이른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행정부 관리는 33∼34일마다 5억5000만달러씩 분할해 이란이 접근할 수 있도록 허가할 예정이라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밝혔다. 우선 총 6차례에 걸쳐 33억달러의 자금 동결이 해제되는 것이다. 첫 해제는 다음달 1일 이뤄진다. 나머지 9억달러는 이란이 20%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희석하는 과정에 따라 4억5000만달러씩 두 차례에 걸쳐 조건부로 해제된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이란의 약속 이행에 대응해서 조처를 취할 것”이라며 “최종 인출분은 마지막 날이 돼야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쪽은 이런 이행조처와 별도로 최종 합의안 타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인데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이란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보유할 수 있게 허용할지를 놓고 치열한 밀고당기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잠정합의 때도 핵심 쟁점이었다. 이란은 전력 생산과 의료 연구를 위해 우라늄 농축 능력을 보유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시간만 잠시 늦출 뿐 궁극적으로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포괄적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50 대 50’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