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네바 2차협상 앞두고
미·영 “반군 불참땐 지원 없다”
이란 협상장 나올지도 큰 변수
러·시리아정부 “참여시켜야”
미국은 여전히 부정적 의견
미·영 “반군 불참땐 지원 없다”
이란 협상장 나올지도 큰 변수
러·시리아정부 “참여시켜야”
미국은 여전히 부정적 의견
오는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될 시리아 평화회담(제네바2 회담)을 앞두고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미국과 러시아의 두 고위 외교관이 모처럼 유쾌한 웃음을 나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미국에서 알이 굵기로 유명한 아이다호산 감자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건넸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인들이 많이 쓰는 분홍색 털모자를 선물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감자와 털모자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두 사람은 유엔·아랍연맹 시리아 특별대사인 라크다르 브라히미와 제네바2 협상을 조율할 3자회담에 돌입했다. 이들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사태는 군사적 개입 없이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정부군과 반군을 향해 회담 전까지 교전을 멈추고 포로를 교환하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이는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수준이다. 21세기 들어 가장 참혹한 전쟁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 평화가 깃들기엔 갈 길이 멀다.
가장 중요한 쟁점은 평화협상의 당사자인 시리아 반군이 회담에 참여할지다. 시리아 반군 연합체이자 친서방 성향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은 회담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12일 시리아국민연합 의장인 아흐마드 자리바를 만나 회담에 참여하라고 압박했다. 미국과 영국도 이번 평화회담을 성사시키려고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영국 <비비시>(BBC)는 시리아국민연합 관계자의 말을 빌려 “미국과 영국은 회담에 참여하지 않으면 반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시리아국민연합은 17일 투표를 거쳐 회담 참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리아국민연합이 시리아 반군 전체의 대표성을 지니는지도 의문이다.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을 타고 시작됐으나 이란·사우디아라비아처럼 지역 패권을 다투는 국가의 대리전, 시아-수니파 사이 종파 분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최근엔 반군 내부가 갈갈이 찢겨 다투고 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은 시리아국민연합이 친서방 성향이어서 더는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고, 이들 무장단체 내부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뉘어 싸우고 있다. 요컨대 시리아 내전은 누가 적이고 동지인지, 누가 승리자이고 패배자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다중전쟁’이 돼버린 셈이다.
이란의 회담 참여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 13일 회담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브라히미 특사는 이란이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강력한 후원자이므로 반드시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시리아 내전과 관련한 모든 당사국이 모여야 회담이 대표성을 지닌다”며 “미국과 유엔은 참가국을 정할 때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논리를 따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이란은 헤즈볼라 같은 테러리스트 조직을 지원하는 등 시리아 내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반대했다. 케리는 “다만 이란이 제1차 제네바 평화회담의 공동 합의 사항을 준수한다면 시리아평화회담에 참여하는 것에 동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2012년 6월 열린 첫 제네바 회담에선 미국과 러시아는 과도정부 구성엔 합의했으나 아사드 대통령의 과도정부 참여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 결실을 맺지 못했다. 케리의 말은 이란이 아사드를 권력에서 배제시키는 데 동의해야 평화회담에 초대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이에 앞서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1일 “우리가 전제조건 없이 평화회담에 초대받는다면 기꺼이 참석하겠지만 초대장을 받으려고 움직이지는 않겠다”며 미국에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