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반군 교전 피해 탈출중
수심깊고 유속빨라 전원 숨진듯
사고원인 ‘정원 초과 승선’ 추정
수심깊고 유속빨라 전원 숨진듯
사고원인 ‘정원 초과 승선’ 추정
지구촌 최신생국 남수단의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알을 피해 피난 수송선에 올라탔던 난민 200명 이상이 그대로 물에 잠겼다. 내전 와중에 어렵사리 티켓을 거머쥐었으나, 살길로 여겼던 피난길은 황천길이 되고 말았다.
필립 아구에르 남수단 정부군 대변인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12일 말라칼에서 벌어진 교전 탓에 피난길에 오른 난민 200~300명이 나일강에서 선박 침몰로 익사했다. 숨진 희생자들 가운데는 어린이와 여성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침몰 당시 정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대변인은 “선박이 과적 상태였다”며 무리하게 많은 인원을 배에 태운 것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지역 나일강은 수심이 깊은데다 유속도 빨라 생존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수단 상(上)나일주 주도 말라칼은 상나일 지역 유전들의 관문으로 통한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치열했고, 양쪽은 교전이 시작된 이래 한달간 수차례 점령권을 뺏고 빼앗겼다. 현재는 반군이 “말라칼을 접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한 말라칼 지방 관리는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무장 세력이 말라칼을 공격할 것이란 소문을 듣고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비극의 땅 남수단에서는 행운이라 여겨졌던 피난선 승선표마저도 불운으로 막을 내렸다. 말라칼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배를 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배표를 구하지 못했다. 피난민 아쿠치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서 “강을 건너기 위해 150수단파운드(약 7만원)나 빌려야 했다”고 전했다.
남수단에서는 지난달 15일 딩카족 살파 키르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부군과 누에르족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반군이 수도 주바에서 교전을 시작했다. 유엔(UN) 보고서를 보면, 현재까지 35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고, 사망자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00명을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남수단 휴전을 위한 평화회담이 이뤄지고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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