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환경조항’ 초안 폭로
‘환경보호’ 실효성 없고 선언적
각국 자발성·국내법에 내맡겨
‘환경보호’ 실효성 없고 선언적
각국 자발성·국내법에 내맡겨
* TPP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내부 고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15일(현지시각) 한국 정부도 참가 의사를 밝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의 환경 관련 조항 초안을 폭로했다. 환경보호를 법적으로 강제하거나 이를 어긴 기업을 처벌하는 조항이 없는 사실이 확인됐다. 협정을 주도하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과 참가국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국제적인 환경 조약 기준을 크게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티피피 비밀 조약: 12개국을 위한 환경 조항’이란 문서를 공개하고, “다른 티피피 조항들과 비교할 때, 환경 분야는 의무조항 또는 의미있는 강제 수단이 없다. 환경과 관련된 분쟁 처리 메커니즘도 강제 대신 협력을 언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부터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는 티피피 협상 관련 문서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것은 지난해 11월 지적재산권 초안 등에 이어 세번째다. 이번에 공개된 문서는 모두 24쪽이다. 티피피 환경 조항 초안과 각 조항에 대한 12개국 환경 분야 실무그룹 대표단의 견해가 정리돼 있다. 지난해 11월19~24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트시티에서 열린 티피피 장관급 회담 때 작성된 문서다.
내용을 보면, 티피피의 환경보호 관련 조처를 법률적 제재보다는 각국의 자발성과 국내법에 맡겼다. 예컨대 8조에서는 “당사국은 기업이 환경과 관련해 자발적으로, 국제적 기준과 지침 안에서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정책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9조1항은 “당사국들은 생물학적 다양성의 보호에서 각국의 ’sls,인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돼 있다. ‘자발적’ ‘노력한다’ ‘인식한다’ 등의 단어로 강제성이나 의무를 피해가고 있다/
이는 미국이 티피피 협상 등에서 기업의 이익을 적극적·강제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지난해 11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티피피 지적재산권 조항 초안을 보면, 각국은 대기업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법률을 개정해야 하고, 기소도 강제돼 있다.
환경운동단체 시에라클럽의 마이클 브룬 사무총장은 <허핑턴포스트>에 “티피피 초안은 해양·어류·야생동물·숲 등 환경보호의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해 완전히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초안의 골격이 최종안에서도 유지된다면 ‘조지 부시 때보다 못한 환경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시 행정부는 2007년 5월 의회와 “미국의 모든 자유무역협정은 노동·농업·지적재산권에 관한 조항과 마찬가지로 법적인 규제를 표현한 환경 조항을 포함해야 한다”는 법안에 합의했다.
뒤늦게 티피피 참여를 선언한 한국은 협정문 작성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협정 내용을 수용해야 하는 처지다. 한국 정부는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한-미 간 예비 양자협의를 진행하는 등 티피피 정식 참여를 타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정식 협상 참여국이 아니어서 입장을 밝힐 상황은 아니다.
전정윤 이춘재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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