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이달 중순 한국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인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쪽과 남북통일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케리 장관은 1일(현지시각) 독일 뮌헨 안보회의 기조연설 및 기자회견에서 “2주일 뒤에 중국을 방문해 북한 이슈를 협의할 것”이라며 “(남북) 통일 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장관의 발언은 미국이 국제 현안의 지도력을 발휘하는 데서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미국의 관여 노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미·중 두 나라는 2000년대 중반부터 물밑에서 한반도 급변사태 등의 대응 방안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 외교정책의 사령탑인 국무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이런 문제를 중국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케리 장관의 이날 발언의 진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미국이 6자회담과 별개로 한국·일본은 물론 중국과 북한 정세 협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7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를 심도있게 협의하고 한반도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고위급 북한 정세 평가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여기에 중국 등 관련국들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정세를 심도있게 논의하자는 것은 북한의 변화를 좀더 빨리 이끌어 내자는 정책적 방향과 연결이 된다”고 말했다.
뮌헨 안보회의에 함께 참석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불량국가’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20세기에 미국과 유럽에 대한 위협은 유럽 주변 지역에 집중됐으나 지금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극단주의, 북한 같은 불량국가, 사이버전쟁 등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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