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식’ 관리 한계 달한듯
‘글로벌 테러 네트워크’ 알카에다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강경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와 결별을 선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알카에다의 최고 지도자인 아이만 자와히리는 2일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이 이용하는 웹사이트에 “알카에다는 이라크·시리아이슬람국가와 조직적 관계가 없다. 우리는 그들의 행동에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2011년 무렵부터 ‘알카에다 브랜드’를 내걸고 세를 확장해온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는 시리아 정부군과 맞서 싸우면서도, ‘돈이 되는’ 유전지대와 국경지역을 장악하려고 다른 반군 그룹과 충돌해왔다. 반군끼리의 전투로 올해에만 180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 시리아엔 알카에다의 ‘공식 분파’인 누스라 전선이 있는데,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는 이들과도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시리아 내전은 애초 정부군-반군의 1차원 대립 구도에서 정부군-반군, 반군-반군, 알카에다-알카에다끼리의 ‘다중 전선’으로 변화했다. 해법도 더욱 꼬여버렸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이슬람 무장단체 전문가인 윌리엄 맥컨트는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는 알카에다가 내칠 정도로 극단적인 성향”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알카에다가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와 관계를 청산한 것은 한편으론 오사마 빈 라덴의 정통성을 이어온 ‘알카에다 본가’의 영향력이 쇠퇴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알카에다는 그동안 이념을 같이하는 조직들에 지역·거점별로 독자적 운영권을 주는, 이른바 ‘프랜차이즈식 관리’를 해왔다. 이는 알카에다 이념이 세계로 확산되는 데는 유리하지만,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처럼 석유·곡물 판매, 국경 통행료 갈취 등을 통해 독자적으로 생활비와 군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있는 단체가 이탈할 여지를 주는 셈이다. 알카에다는 지난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에 누스라 전선과 통합을 명령했으나 거부당했다.
그러나 이런 조직 간의 알력이 시리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의 한 정보 분석가는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가 알카에다한테서 ‘버림’받아 고립될 처지에 놓였지만, 본래 독자성이 강해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