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성애 성직자 자료 공개도…“교황청이 은폐 돕고 가해자 감싸”
유엔(UN)이 아동 성폭력 사제들을 감싸온 바티칸을 호되게 비판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5일 보고서를 통해 “아동 성폭력 사실이 알려졌거나, 의혹을 받고 있는 사제들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사제들의 소아성애에 관련된 자료와 아동 성폭력 범죄를 은폐한 성직자들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바티칸의 성추행 조사 담당자 등을 상대로 청문회를 열었고, 이를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바티칸에 사제 성추문과 관련된 개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동권리위원회는 수십년간 어린이 수천명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제들을 파면하지 않은 교황청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교황청이 광범위하게 자행된 범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아동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해 사제들이 면책을 받는 관행이 지속됐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어 “교황청이 성추행 의혹 사제들을 다른 교구로 옮겨 범죄 은폐 기회를 줬고, 가해자 수십명이 여전히 어린이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행의 근본 배경으로는 “교황청이 피해 아동보다 교회의 명성과 가해자 보호를 우선시 했다”는 점을 짚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는 교황청의 반응을 전했다. 하지만 교황청은 “(유엔이) 인간의 권위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과 종교적 자유를 간섭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동성애와 피임, 낙태에 대한 교황청의 반대 입장을 함께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아동권리위원회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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