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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아프리카에 번진 새 전염병, 호모포비아

등록 2014-02-17 19:59수정 2014-02-20 16:16

수단·모리타니 등 4개국선 사형
55개 나라중 38개 동성애 불법화

우간다 반동성애법 발효 닥치자
미, 서명 막으려 “원조 연계” 압박

사회불만 관심 돌리려 ‘혐오증’ 활용
서구 보수교단이 이식했단 분석도
“반동성애 법안에 서명하면 미국과 관계가 복잡해질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6일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을 향해 경고 성명을 발표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지난해 말 의회를 통과한 악명 높은 반동성애 법안에 서명하겠다는 뜻을 최근 밝혔는데,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원조를 무기로 “서명하지 말라”고 압박한 것이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트위터를 통해 “무세베니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반동성애법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우간다에 한해 4억달러가 넘는 원조를 제공하는 최대 원조국이며, 2011년에는 무장반군 ‘신의 저항’을 진압하려고 우간다에 미군을 파병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강경 조처 배경에는 우간다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근 몇년 새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는 성소수자 탄압 움직임에 대한 포괄적인 우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55개국 중 38개 국가에서 동성애를 불법화했을 정도로 동성애 혐오증이 만연해 있다. 모리타니와 수단, 나이지리아 북부, 소말리아 남부에서는 동성애자를 최고 사형에 처할 수 있다. 심지어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동성애자를 상대로 폭력이 급증하는 등 ‘좋은 법’과 ‘나쁜 현실’의 괴리가 크다. 이런 사정 탓에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각서를 통해 미 연방정부 관계 부처에 “외교 정책과 국외 원조를 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 성적 소수자의 인권 증진과 연계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이달 초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가 아프리카에서 새 아파르트헤이트(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로 떠오르고 있다”고 경고음을 울릴 정도로 상황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우간다의 반동성애 법안은 2009년 처음 발의될 당시,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동성애 사범이나 에이즈 양성 반응을 보인 동성애자한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가 종신형으로 형량을 낮췄다. 하지만 동성애자를 신고하지 않거나 동성애에 관해 무비판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처벌하는 등 심각한 인권 침해 조항을 여전히 담고 있다. 또 기존 우간다법은 게이만 처벌하도록 했으나, 새 법은 처음으로 레즈비언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지적했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애초 대변인을 통해 “동성애자들을 박해해서는 안 된다”며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혔으나, 국내적으로 수세에 몰리자 최근 태도를 바꿨다.

<알자지라>는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경제성장과 함께 불평등이 빠르게 확대돼 민주주의의 실패라는 비판이 일자, 그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데 게이 커뮤니티를 활용하고 있다”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동성애 탄압 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자국에서 극단적인 보수주의로 궁지에 몰린 미국과 유럽의 복음주의 세력이 아프리카에 반동성애 분위기를 이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영국 런던으로 망명한 우간다의 동성애 인권활동가인 프랭크 무기샤(32)는 자국에서 극단적인 반동성애 분위기가 시작된 때를 2009년으로 꼽았다. 미국 복음주의 계열의 저명 반동성애 목사인 스콧 라이블리가 우간다에서 동성애 예방 콘퍼런스를 연 때다. 라이블리 목사는 ‘자녀들을 동성애에서 보호하기 위한 부모 가이드’ 같은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 무기샤는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라이블리는 우간다에서 게이 어젠다에 핵폭탄을 터뜨렸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라이블리가 말한 (동성애의) 모든 것은 우간다의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식수·위생·전기 등 당면한 생존의 문제가 더 절박한 아프리카에 아직은 다분히 ‘서구적인 개념’인 동성애 화두가 수입돼 불필요한 차별과 논쟁을 촉발시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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