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식 교수
북한 다녀온 박한식 교수 인터뷰
장성택, 김정은 명령 불복종은 사실
쿠바대사 가족 처형 보도는 뜬소문
케네스 배 석방은 사면외 방법 없어
미 정부가 특사든 친서든 보내야
이산가족 상봉뒤 남북관계 좋을 것
지역 평화체제 조성땐 핵 협상 진전
장성택, 김정은 명령 불복종은 사실
쿠바대사 가족 처형 보도는 뜬소문
케네스 배 석방은 사면외 방법 없어
미 정부가 특사든 친서든 보내야
이산가족 상봉뒤 남북관계 좋을 것
지역 평화체제 조성땐 핵 협상 진전
최근 북한을 다녀온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교수(정치학)는 18일(현지시각) “장성택 사건은 일단락이 지어진 것으로 보였다”고 북한 내 분위기를 전했다. 또 박 교수는 “북한은 안보가 보장되면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남·북·미 트랙1.5(반관반민) 회의 준비 등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 교수와 한 일문일답이다.
-장성택 처형 사건 이후 북한 분위기가 어떻던가?
“장성택 사건은 숙청이 아니라 처벌이었다고 본다. 이번에 가보니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 숙청은 권력투쟁에서 밀려나온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인데 그런 권력투쟁이 없었다. 권력투쟁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인데 불가능하다. 더구나 당이나 군에 실질적 추종세력이 있느냐가 중요한데 장성택은 그렇지 못했다. 장성택 사건은 일단락이 됐다고 본다. 쿠데타 같으면 자꾸 나온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에 끝난 것이다. 직접 장성택과 보조를 같이하고 일한 사람은 다 제거됐다. 쿠바 대사 가족이 처형됐다는 보도가 나오던데 뜬소문이라고 들었다.”
-장성택 세력이 수산업 이권과 관련해 김정은의 명령에 불복했다던데 맞는 얘기인가?
“장성택이 김정은의 명령에 불복한 것은 북한에서도 인정한다. 물리적으로 항거했다는 보도도 부인 안 한다. 그건 군대끼리 총격이 왔다갔다했다는 거다.”
-북한이 케네스 배 석방과 관련해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초청했다가 취소했다. 왜 이렇게 해결이 안 되는가?
“이 사람(케네스 배)이 최종형을 받았고 본인이 죄를 인정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서는 해결이 어렵다. 메릴 뉴먼은 재판도 안 받았고 고령이어서 추방을 했으나 배씨는 추방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사면밖에 없다. 과거에 경험한 것처럼 사면을 요청하고 이를 심사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사면 결정은 최고 권력자가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미국 정부가 특사를 보내든 친서를 보내든 해야 한다. 북한은 처음에 로버트 킹 특사를 오라고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킹 대사는 북한의 인권을 비판하는 책임자여서 취소한 것 같다. 앞으로 킹 특사로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럼 어떤 사람이면 되겠느냐. 막후 접촉이 있어야 한다. 전에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직접 요청했다. 물론 사전 보장없이 갔다. 북한도 미국이 배씨와 관련해 적절한 절차를 밟으면 석방해줄 것 같다.”
-이산가족 상봉 이후 남북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지금까지 온 데 비하면 비교가 안 될 만큼 전망이 밝다. 북-미 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개선이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쪽과 관계를 좋게 하겠다, 남쪽이 응하지 않더라도 우리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수령이 물꼬를 이렇게 틀었다. 그러면 밑에서 달리 못한다. 전망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적대적인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북한은 ‘진정성을 보이라’는 말도 자신들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며 적대적인 말로 받아들인다.”
-한-미 정부는 북한이 핵포기 의사가 없다고 보고 협상을 진전시키지 않고 있는데,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있나?
“김정은은 핵을 개발했기 때문에 안보 문제는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국력을 경제로 돌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핵이 있기 때문에 안보가 담보된다고 믿는다는 것은 핵이 없으면 안보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핵을 포기하는 데는 상당한 그리고 구체적인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전제조건을 충족시키는데 좀 힘이 든다. 그러나 길이 있다. 지금까지는 안보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안보를 확립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 북한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회의를 개최하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하면 대화가 안 된다. 그러나 요구조건이 충족이 되면 핵을 포기하겠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본다.”
-요구조건은 뭔가?
“첫째는 평화협정이 돼야 한다. 둘째는 미국과 관계가 개선되고, 모든 제재를 없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가지는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안 된다. 충분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6자가 포함되고, 심지어는 유럽까지 관계하는 동북아 평화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게 상호 불가침 여건이 마련되면 어느 정도 조건은 다 나오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김정은의 신격화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어떤 의미인가?
“나는 신격화라고 말 안 했다. 수령화라고 했다. 신격화 또는 우상화라는 보도는 와전된 것이다. 6개월 전 방문했을 때와 달리 김정은의 품격과 인격, 능력이 수령으로서 적합하다는 것을 당과 인민들한테 인식시키는 그런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수령은 신격화된 독재자가 아니다. 유일사상에서 당과 인민, 수령은 삼위일체로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하나가 된다. 하나는 전체를 위해, 전체는 하나를 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걸 나는 수령화라고 표현했다.”
워싱턴/글·사진 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