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출 야누코비치, 첫 기자회견
“군사개입 요청하지 않겠다”
크림공화국 분리주의 가속화
5월 ‘자치권 강화’ 주민투표
“군사개입 요청하지 않겠다”
크림공화국 분리주의 가속화
5월 ‘자치권 강화’ 주민투표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2일 실각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예상대로 러시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국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으나, 러시아에 군사개입을 요청하지는 않겠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28일 오후 5시(현지시각)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기자회견장에 말끔한 정장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누구도 나를 타도할 수 없다. 나는 생명의 위협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떠나도록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난주 (야권과 내가) 맺은 타협안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20일 프랑스·독일·폴란드 외교장관의 중재로 과도정부 구성과 대통령 권한 축소, 12월 조기 대선에 합의한 바 있다.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은 다만 “어떤 군사조처도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러시아에) 군사적 도움을 요청할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크림공화국의 분리독립 문제에 있어서도 “크림은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남아야 하지만 폭넓은 자치권을 얻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야누코비치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남동부 크림자치공화국 사이의 물리적 충돌과 러시아의 무력개입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이날 크림반도의 공항들이 친러 성향으로 추정되는 무장세력에 잇따라 점거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28일 “(27일 밤) 세바스토폴 벨베크 국제공항이 러시아 해군 부대에 의해 봉쇄됐다”며 “무장 침입이자 점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러시아군 흑해함대는 이를 부인했다. 무장세력을 흑해함대로 추정했던 <인테르팍스> 통신도 이후 친러 성향 자경단원으로 정정했다. 영국 <비비시>(BBC) 등 외신은 28일 새벽에도 수도 심페로폴 공항이 친러로 추정되는 십수명의 무장세력에 의해 점거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크림공화국에선 분리주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크림공화국 의회는 27일 공화국 지위 강화에 관한 주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친러 성향인 러시아단합당 소속 세르게이 악쇼노프 의원을 새 총리로 선출했다.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의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5월25일 함께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27일 헌법에 위배된다며 주민투표를 불허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7일 러시아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잇따라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러시아군 15만명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벌이는 등 무력시위로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