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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우크라이나 “러, 우리에 전쟁선포”…크림반도 일촉즉발 전운

등록 2014-03-02 21:15수정 2014-03-03 08:39

1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발라클라바에서 친러시아 무장대원들이 경비초소를 장악한 채 지키고 서 있다. 뒤편에는 정교회 사제들이 보인다.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내 주요 지역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군에 비상경계 태세를 명령했다. 발라클라바/AFP 연합뉴스
1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발라클라바에서 친러시아 무장대원들이 경비초소를 장악한 채 지키고 서 있다. 뒤편에는 정교회 사제들이 보인다.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내 주요 지역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군에 비상경계 태세를 명령했다. 발라클라바/AFP 연합뉴스
크림반도 초긴장…미-러 냉전시대로
러시아 군대가 실질적으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장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러시아 의회가 군사개입을 승인하자, 미국이 철군을 요구하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하는 등 미국과 러시아가 전례없는 정면대결 위기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 군대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군대가 일차적으로 충돌해 크림반도 등에서 국지전이라도 발생한다면, 미-러도 최악의 충돌 위기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조지아 사태와 비슷
당시도 러시아 강공책
미·EU 전면전 감수 포기

부동항 갖춘 크림반도는
러 이해 더 커
미 강력 개입할지 미지수

우크라 국가부도 직전
전쟁땐 러 경제도 타격
극적 타협 가능성도

■ 전운 뒤덮인 크림반도 러시아 군대는 이미 크림반도를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비비시>(BBC),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들은 2월28일(현지시각) 러시아 헬기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서 비행하고, 크림반도 내 흑해함대 병력이 사실상 주둔기지 밖으로 나와 군사작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또 병력 6000명도 증파했다. 실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통제를 거부한 친러 성향의 크림자치공화국 총리는 “러시아 흑해함대 병력이 지역내 핵심 시설들의 경비와 치안 유지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일 러시아 의회에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행동 승인을 요청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물리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일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 군인들이 크림반도 동쪽 항구도시인 페오도시야에 있는 우크라이나 해병대를 억류하고 항복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으며, <에이피>(AP) 통신도 러시아 번호판이 달린 차량을 타고 이동한 군인들이 크림반도의 한 우크라이나 보병대 기지를 에워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러시아의 위협을 “우리에 대한 전쟁선포”라며 전군에 전투태세를 명령했으며 2일 오전 8시부터 병역 의무가 있는 40살 미만 성인 남성에 대해 예비군 소집을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인구 중 17%가 러시아계이고 30%가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쓰는데, 이들은 주로 드네프르강 동쪽과 크림반도 등 남부에 집중돼 있다. 또 우크라이나에서 자치공화국 지위를 지닌 크림반도에는 러시아와의 조약에 따라 세바스토폴과 페오도시야의 해군기지, 카차와 흐바르디스케(그바르데이스코예) 공군기지에 러시아군이 주둔해 있다. 이 군기지들 영외로 병력을 움직이면 곧바로 크림반도를 장악하게 된다. 크림자치공화국 총리가 1일 푸틴 대통령에게 주민 보호를 요청하는 등 대외적 명분도 축적된 상황이다. 게다가 크림반도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주요 도시인 도네츠크에서는 수백명의 친러 시위대가 1일 정부청사를 점거했고 도네츠크 시의회는 성명을 내어 분리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요구했다. 러시아는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2010년에 취임한 뒤 크림반도 군기지 조차 협약을 17년 연장해 2042년까지 주둔 근거를 마련했다.

■ 미-러 정면대결 위기 미국과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오랜 냉전 시기 동안 미사일 대치와 핵 경쟁 등을 거듭했으나 군사적 정면충돌의 전례는 없었다. 베트남 전쟁이나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시리아 내전에서 대리전 형식으로 간접 충돌을 했던 정도다.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에 참고할 만한 유사 사례로는 서방의 경고에도 2008년 8월 러시아가 조지아공화국(옛 그루지야)을 침공했던 사태다. 당시 조지아는 2004년 ‘장미혁명’으로 친러 권위주의 정부를 무너뜨리고 새로 집권한 정부가 친서방 정책을 추진했다. 조지아 정부는 미국 등 서방의 후원을 믿고 현재의 크림반도와 비슷하게 분리독립을 추진하던 친러 성향의 남오세티야를 전격 침공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이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과 주둔중이던 러시아평화유지군 보호를 앞세워 전면전을 감행했다. 이는 조지아의 친서방 정부가 이라크에 병력을 파견하고 미국으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약속을 받아내는 등 러시아를 자극하는 행보를 계속하자 러시아가 본때를 보인 성격이 컸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조지아 사태와 비슷한 지점이 많지만 지정학적 의미가 훨씬 크다.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는 부동항이 위치한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핵심 이익이 걸린 지역이다.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때도 미국과 유럽연합은 러시아를 거세게 비난했지만 결국 전면전을 감수하진 못했는데, 러시아가 훨씬 강력하게 대응할 크림반도 문제에 전면 개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시 조지아는 러시아와 전쟁 닷새 만에 사실상 항복 선언을 했다. 이번에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전군 경계령을 내리고 예비군을 소집하는 등 맞대응을 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직접 군사충돌이 일어난다면 서방의 군사적 지원이 없이는 조지아와 마찬가지로 군사적 열세를 극복하기 어렵다. 서방은 지속적으로 과도정부 지지와 러시아 제재를 언급해 왔는데, 미국이나 유럽연합 회원국이 군사물자 보급 등 소극적인 지원에라도 나선다면 러시아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가 된다.

미국은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도 일단 이해관계를 존중한다는 모양새를 갖추고 국제기구 중재 아래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타협안을 찾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가 역사·문화적으로 우크라이나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점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계 소수주민의 권리를 보호할 필요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도 ‘정치적·경제적’ 위협에 대해서만 언급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도 주권국가로서 군사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화약고 불씨가 폭발할 위험은 커지고 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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