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의회, 푸틴 병력배치 요청 승인
미 “국제법 위반” 강력 반발
미 “국제법 위반” 강력 반발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에서 비롯된 서방과 러시아의 파워게임이 ‘냉전의 유령’을 깨우고 있다. 러시아는 1일(현지시각) 흑해함대 기지가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공항·정부청사 등 주요 시설에 병력을 배치해 이 지역을 사실상 접수했다. 또한 러시아 상원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병력을 사용하도록 해달라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요청을 승인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이날 러시아군이 한발의 총성도 울리지 않고 크림반도의 핵심 지역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무장한 군인들은 군복에 계급·소속을 나타내는 배지를 달지 않았으나 러시아 흑해함대의 번호판이 달린 차량을 이용해 크림반도의 주요 진입로와 공항·정부청사·통신시설 등을 에워쌌다. 크림반도에서 군사작전이 전개되고 있을 때 모스크바에선 푸틴 대통령이 의회 소집을 요구한 즉시 회의가 열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병력 사용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이례적인 상황은 러시아의 시민들과 크림반도 해군 기지에 있는 군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원의 승인을 확보함에 따라 푸틴 대통령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곧바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공격 명령을 내리는 헌법적 권한을 갖게 됐다.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개입을 한다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다음날 나왔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2일 40살 이하 성인 남성에 대해 예비군 소집령을 내리고 전군에 전투태세 돌입을 명령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90분 동안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주권과 영토 통합을 명백히 침해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고, 크림반도의 병력을 러시아군 기지 내로 철수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반면 크레믈(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살고 있는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통합을 계속 침해한다면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으로 고립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2일 성명을 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개입이 유럽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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