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멜바 에르난데스, 에르난데스는 피델 카스트로
1950년대 부패한 독재자 풀헨시오 바티스타에 맞서 일어난 쿠바혁명의 영웅, 멜바 에르난데스(왼쪽)가 9일(현지시각) 당뇨병 합병증으로 숨을 멈췄다고 쿠바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가 보도했다. 향년 92.
에르난데스는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혁명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1953년 7월26일 몬카다 병영 습격 사건에 가담한 여성 두명 가운데 한명이다. 이 사건은 카스트로를 포함한 200여명의 혁명대원이 정부군으로 위장해 쿠바의 동부 도시 산티아고데쿠바 외곽에 있는 몬카다 병영을 공격한 것으로, 대다수 대원이 숨지고 카스트로도 체포되는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
당시 바티스타의 실정에 매우 비판적이던 변호사 에르난데스는 카스트로의 몬카다 공격 계획에 동의하고, 동지들이 입을 군복을 구해 또다른 여성 아이데 산타마리아와 옷에 계급장과 이름표를 달았다. 이 공격이 실패한 뒤 체포된 에르난데스는 감옥에서 풀려나자 카스트로의 저작물을 은밀히 배포하고 세력을 규합했다. 그 뒤 카스트로를 비롯해 남편 헤수스 몬타네 등 다른 동지들과 멕시코로 망명한 그는 56년 카스트로가 쿠바로 돌아오는 ‘그란마호 작전’엔 함께하진 않았지만 59년 혁명 성공 뒤 공산당 창건을 도왔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대사를 지냈으며 66년 ‘아시아·아프리카·라틴아메리카 인민들의 연대기구’를 만들어 이 지역 피식민지 독립 투쟁을 지원했다.
그는 평생 카스트로의 뜻에 함께했으며 말년에도 피델·라울 카스트로 형제와 공식 행사에 참여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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