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인 실종자 잇따른 ‘재앙’에 충격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 때 살아남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이주 뒤 교통사고 당해
말레이항공 타고 몽골로 출장 가던 중 실종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 때 살아남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이주 뒤 교통사고 당해
말레이항공 타고 몽골로 출장 가던 중 실종
뉴질랜드인인 폴 위크스(39) 부부에게 ‘재앙’은 낯설지 않다. 남들이 평생 한번 겪기도 힘든 참사를 여러번 겪었다. 하지만 가장이 타고 있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의 실종 사건은 잇딴 참사를 겪어낸 위크스 가족에게도 견디기 힘든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 등 외신은 13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항공 실종기의 탑승자인 폴 위크스와 그 가족이 겪은 잇단 비극을 보도했다. 지난 8일 여객기가 실종된 이후 폴과 다른 탑승객들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위크스 부부가 지난 2011년 2월 뉴질랜드 제2도시 크라이스트처치를 초토화시킨 대지진의 피해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내인 대니카 위크스는 재앙의 한 가운데서 큰 아들 링컨을 낳아 길렀다. 지진 이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부부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했다가 교통 사고를 당했다. 이후 폴은 몽골로 일하러 가던 중간에 말레이시아항공을 탔다가 변을 당했다.
기계 기술자인 폴의 가족은 대지진 이후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를 결심했다. 광산 붐이 일어 경제가 활황이었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더 나은 삶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탓이었다. 폴은 100여개 회사에 이력서를 넣은 끝에 퍼스에 있는 한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았다. 환율까지 고려한 연봉은 세배나 올랐고 가족은 잠시 희망을 되찾았다. 그러나 행운인 줄 알았던 기회는 위크스 가족에게 비극이 되고 말았다. 폴은 한달 동안 일할 예정으로 혼자 몽골로 가는 길에 말레이시아항공을 탔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남편에게 잘다녀 오라고 키스할 때, 한달 뒤면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니카는 아직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도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남편과의 작별 인사를 곱씹었다. 또 일간 <오스트레일리안>을 보면, 대니카는 “택시 뒷자리에 휴대폰을 놓고 내릴 수는 있다. 그런데 어떻게 비행기를 잃어버릴 수 있느냐”며 아직 잔해는커녕 추락 예상 지역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수사 당국을 원망했다. 폴의 누나인 사라 위크스는 “여객기가 무사히 착륙해서 동생이 어딘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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