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역대 총리의 역사인식을 계승하고 ‘고노 담화’를 수정할 뜻이 없다고 발언한 데 대해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무부 당국자는 15일(현지시각) <한겨레>의 논평 요청에 “(과거사와 관련한) 무라야마 전 총리와 고노 전 관방장관의 사과는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일본의 노력에서 중요한 장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답변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아베 총리의 발언을 긍정적 진전으로 여긴다”고 평가했다. 이 당국자는 또 “한국과 일본의 좋은 관계는 두 나라 자체는 물론 이 지역과 미국에도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리는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화해에 기여하는 추가적 조처들을 취할 것을 계속해서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혀, 아직 조처가 미진함을 내비쳤다. 미국은 다음달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일본 순방을 앞두고 두 나라가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발언에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하자, 일본에선 한-일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예측하는 전망들이 줄을 잇고 있다. 16일 <아사히신문>은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고,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국 정부가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정상회담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은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발언에 신속히 반응을 내놓는 등 일본이 전달하려는 ‘진의’가 제대로 전달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산케이신문> 보도를 보면, 일본 정부는 총리의 14일 국회 답변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2일 한-일 외교차관 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사이키 아키타카 외무차관과 주도면밀하게 의견을 조율했다. 이에 따라 “(아베 내각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점에 조금의 의혹도 갖지 않도록” (총리관저 관계자가) 답변을 만들어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응할 수 있도록 공을 넘겼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 과정에서 주일 한국대사관에 “역사 인식에 대한 총리의 국회 답변에 주시해주길 바란다”고 사전 통보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정상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조처’를 요구하고 있어 일본과의 괴리가 좁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고, <산케이신문>도 “한국에선 6월 지방선거, 7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있어 대일 강경노선에서 급속한 전환을 꺼리는 여당 내 우려도 상당하다”고 전했다.
워싱턴 도쿄/박현 길윤형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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