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항공 ‘스위프트’ 설치 안해…안이하게 판단한 듯
2009년 ‘프랑스 여객기 실종’ 때도 이 장치로 잔해 찾아
2009년 ‘프랑스 여객기 실종’ 때도 이 장치로 잔해 찾아
‘10달러만 투자했더라면 찾을 수 있었는데…’
지난 8일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실종기 MH370에 간단한 컴퓨터 업그레이드만 설치했더라면 진작에 잔해를 찾았으리란 지적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일(현지 시각) 인공위성 분야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말레이시아항공이 여객기 한대당 ‘10달러’(약 1만759원)짜리 시스템만 설치했더라면 실종기 수색의 결정적 단서를 확보할 수 있었으리라고 보도했다. 지난 2009년 프랑스 여객기 실종 때도 유사한 시스템에서 전송된 데이터를 근거로 추락 예상 지점을 크게 좁혔고, 사고 닷새 만에 잔해를 찾는 데 성공했다.
말레이시아항공이 업그레이드를 포기한 컴퓨터 시스템의 이름은 ‘스위프트’로, 인공위성을 통해 비행기의 정보를 지상으로 전송한다. 익명을 요구한 스위프트 시스템 전문가는 <워싱턴포스트>에 “스위프트는 일종의 앱 같은 것으로, 엔진상태, 연료소비, 속도, 고도, 방향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 시스템은 기체에 있는 보조레이더와 자동송수신장치가 꺼진 이후에도 해당 정보를 계속 전송한다. 하지만 설치가 의무는 아닌 탓에, 항공사 쪽에서 ‘이례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안이하게 대처했으리란 추정이 가능하다.
말레이시아항공 실종기의 경우, 기내에 있던 누군가가 조종석에 있는 보조레이더와 자동수신장치를 일부러 끈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수사당국은 실종기의 추락 및 착륙 예상 지점을 추정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다국적 수색팀은 인도네시아 서부에서 인도양 남부, 태국에서 카자흐스탄에 이르기까지 ‘망망대해에서 바늘찾기’ 같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말레이시아의 요구로 인도양 수색을 주도하고 있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위성사진을 통해 실종기 잔해일수도 있는 물체를 발견해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토니 애벗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20일 “실종기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 2개가 발견됐다”며 “오스트레일리아 공군 오리온 수색기가 현장에 급파됐다”고 전했다. 애벗 총리는 “이번 정보가 새롭고 믿을만하다”면서도 “물체가 실종기와 연관이 없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 초기 베트남 수사당국이 성급하게 잔해추정 물체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가 수포로 돌아간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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