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강화 경제에 직격탄
올 1분기만 700억달러 국외유출
국채 보증수수료 정크본드 수준
서방, ‘소치 G8’ 취소 등 거센 압박
러 “우크라 동부서 군사행동 뜻 없다”
올 1분기만 700억달러 국외유출
국채 보증수수료 정크본드 수준
서방, ‘소치 G8’ 취소 등 거센 압박
러 “우크라 동부서 군사행동 뜻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러시아에서 자금 국외 유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러시아 국채 신용도도 불량채권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허를 찌르는 과감한 행보로 크림반도를 합병해 기선을 제압했지만, 악화하는 경제에 발목을 잡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드레이 클레파치 러시아 경제발전부 차관은 24일 “올 1분기에 러시아에서 650억~700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는 지난 한해 동안 러시아에서 빠져나간 630억달러보다 많은 액수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자문역인 알렉산더 쿠드린이 열흘 전 5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고 밝힌 것보다 훨씬 많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채의 신용도도 추락하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와 피치는 지난 20일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러시아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78bp(1bp=0.01%포인트)까지 올랐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25일 보도했다. 최근 10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치다. 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국채 부도에 대비해 보증회사가 받는 일종의 보증 수수료로, 수치가 클수록 부도 위험이 크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채는 24일 61bp다. <블룸버그>는 “신용평가회사들이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을 낮추기도 전에 투자자들이 이를 불량채권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 폐막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승인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략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면 추가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체제를 세계 정상들이 만들어냈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주요 8개국(G8) 회의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등 제재 강도를 높였다. 주요 8개국에서 러시아를 뺀 7개국 정상 등은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 위기를 논의하기 위한 별도 회의를 열고, 6월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주요 8개국 정상회의 일정을 사실상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헤이그 선언’을 채택했다고 <가디언> 등이 전했다. 7개국은 같은 시기에 주요 7개국만 따로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주요 8개국 모임은 비공식 클럽이라서 회원자격이 박탈될 수 없다”면서 “우리는 그런 형식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사태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이날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안드리 데시차 외무장관과 핵안보정상회의장 한편에서 만나는 등 유화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와 미국에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군사행동을 할 뜻이 없다고 밝히고, 친러시아 성향의 이 지역들에 자치권을 확대하는 개헌 추진 등을 요구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 지역에 러시아가 대규모로 병력을 배치한 데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비비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통합은 소련 해체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이 느낀 국가적 모욕감의 회복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정남구 정세라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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