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북 비핵화 압박해야” 시진핑 “6자회담 재개해야”

비핵화 원칙 공감…해법엔 이견

미 “북, 6자회담 의지 안보여”
중 “대화가 유일한 해법”

미국의 중국기업 해킹 논란
시 주석, 오바마에 문제 제기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원칙에 공감하면서도 6자회담 재개에는 여전히 이견을 드러냈다.

백악관이 배포한 자료를 보면,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북한 상황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쪽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데 미-중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상황을 둘러싼 6자회담 당사국간 어떤 논의나 대화도 북한이 취하는 행동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그러나 북한은 아직 진지하게 (협상) 테이블에 나오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비핵화 관련 조처들을 북한이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오바마 대통령이 거론한 것이다.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쪽에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을 주문하기도 했다. 로즈 부보좌관은 “우리는 북한을 압박하는 데 중국과 잘 협조하고 있지만, 양국이 국제 공동체로서 북한에 국제적 의무를 지키라고 계속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북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오랫동안 교착 상태를 보여온 6자회담을 가능한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북핵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자 절차는 대화로 시작해 대화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며 “당장 시급한 것은 9·19 공동성명을 존중해 6자회담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에 중대한 이익이 걸려 있으며 비핵화와 평화 안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다른 유관 국가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조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사전조처 이행을 강조한 반면에 시 주석은 조속한 대화를 재개를 강조했다. 기존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에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회담에서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중국 정보통신업체 화웨이를 해킹했다는 논란 등 두 나라간 민감한 문제들도 논의됐다. 시 주석은 최근 미국 언론들이 폭로한 이 해킹 논란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도청을 국가 안보 문제에 국한하고 있으며, 기업 비밀 취득에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즈 부보좌관이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과 관련해서는 두 정상이 각국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해야 하며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정치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관련 국가들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본다. 중국은 이미 국제협의기구를 만들어 사태 악화를 막고 안정 국면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제안 등을 내놨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워싱턴·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