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왕 만찬 불참 이어
다음날 본회의 세션3·4도 못 가
반기문 총장과 면담도 취소
다음날 본회의 세션3·4도 못 가
반기문 총장과 면담도 취소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틀째인 25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일정을 감기몸살로 모두 취소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본회의 참석에 이어 정상 기념 촬영까지만 한 뒤 업무 오찬 겸 본회의 세션3, 반기문 사무총장과 양자회담, 본회의 세션4, 폐회식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전날 저녁 빌렘 알렉산더 네덜란드 국왕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대신 보냈다. 취소한 공식 일정만 5개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이날 박 대통령이 과로로 몸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건강이 우선이니, 어제 회의장에서 잠깐 뵌 만큼 면담 약속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청와대 쪽에 먼저 전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7시간 동안 주재한 데 이어 주말 동안 핵안보정상회의 및 독일 순방을 준비하는 등 강행군을 하는 과정에서 과로를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몸살 등 몸 상태를 이유로 예정된 일정을 취소한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인들에게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헤이그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박 대통령이 방문할지 여부도 관심을 모았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핵안보 정상회의 외에 한-중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 등 일정이 촘촘하게 짜인 탓이다. 박 대통령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하면서 헤이그의 이준 열사 기념관을 방문해 “1907년엔 나라를 빼앗긴 마당에 (헤이그 회의에) 입장도 안 시켜줘 그분들 심정이 터질 것 같았을 것”이라며 “100년이 지난 후 우리 모습에 여러 감회가 새로웠다”는 소회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정상회의 폐막 뒤 한-미-일 3자 회담 일정은 소화한 뒤 이날 밤 전용기편으로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박 대통령은 2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발행된 독일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과 한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회담을 열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남북대화에 대해서는 항상 열린 입장에 있다. 그것이 일관된 방침이고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 다만 이벤트성 대화는 관계 발전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게 되면 핵문제와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발전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대통령은 오전에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두 번째 세션 발언을 통해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한국이 진행한 구체적인 조처 등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한국에 ‘국제 핵안보 교육훈련센터’를 개소했으며, 앞으로 이를 통해 아시아 국가들의 핵안보 역량 강화를 지원할 것”이라며 “2012년 이래 국제원자력기구에 매년 백만불을 기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각국 정상들은 정상회의를 마친 뒤 핵과 방사능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는 선언문인 ‘헤이그 코뮈니케’를 채택했다.
헤이그 베를린/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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