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21일 리비아를 공습하기 위해 이탈리아 시고넬라의 나토 기지에서 이륙하는 덴마크 F-16 전투기. 나토 공군은 ‘대량학살 방지’와 ‘인도주의 중재’를 들먹이며 220일 동안 2만6500회 출격해서 리비아를 돌이킬 수 없는 폐허로 만들어 놓았다. AP 연합뉴스
[토요판] 정문태의 제3의 눈
(20) 나토의 본질
(20) 나토의 본질
인류 역사에서 최대 동맹국을 거느렸던 조직은? 최대 군사비를 지녔던 조직은? 최다 전쟁 범죄를 저질렀던 조직은?
그 답은 모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다. 그게 1949년 4월4일 튀어나왔으니 어제로 65년을 맞았다. 떠들썩한 잔치는 없었다. 외신도 피해갔다. 대신 해마다 이때쯤이면 늘 그랬듯이 진보나 좌파 진영이 나서 반나토 시위를 벌여온 게 다다. 4월2일 포르투갈 공산당이 마련한 나토 해체와 각국의 주권 지지를 밝힌 성명서에 50여개 좌파 정당이 서명하고 조촐한 시위를 벌였다. 올해도 <러시아티브이> 정도만 그런 사실을 알렸을 뿐 국제 주류언론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아무개 치마 길이만 바뀌어도 기사를 날린다는 <에이피>(AP)나 <아에프페>(AFP) 같은 통신사들마저 눈길을 주지 않았다. 더구나 요즈음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사태를 끼고 나토가 개입하니 어쩌니 한창 시끄러운 마당인데도 그랬다. 이게 바로 국제 정치와 자본에 휘둘려온 언론의 자화상이다. 이제 뉴스의 가치 판단이 언론 몫이 아니라는 현실이 곧이 드러났다. 그동안 국제공룡자본 언론들의 의도적인 외면은 국제사회의 비판으로부터 나토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하여 사람들은 유럽 중심주의(Euro-centric)의 심장 노릇을 해온 나토의 정체도, 무장을 앞세운 제국주의 패권세력의 동력 노릇을 해온 나토의 실체도 눈여겨볼 만한 기회가 적었다.
소련 겨냥 반공동맹체로 출범
65년간 차곡차곡 몸집 불려
69개 동맹국 거느린 공룡으로
군사비 유엔 예산 18배 넘고
침공 때 유엔 허가도 안 받아
보스니아·코소보 전쟁 통해
기어이 유고연방을 해체한 뒤
유럽·북대서양 지역 벗어나
아프간·이라크까지 쳐들어가
리비아 다음은 또 어디인가
세르비아계 학살하며 악명을 떨치다 1949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12개국이 소비에트연방(소련)을 겨냥한 반공동맹체로 출발한 나토는 지난 65년 동안 차곡차곡 몸집을 불려 현재 69개 동맹국을 거느린 역사상 유례없는 초대형 군사동맹체를 키워냈다. 그 동맹 조직도 가지가지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28개 나토 회원국에다 스위스와 스웨덴 같은 22개국이 참여한 유럽대서양동맹위원회(EAPC),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비롯한 7개국을 낀 지중해대화상대국(MDP), 쿠웨이트와 3개국을 포함한 이스탄불협력이니셔티브(ICI) 같은 것들이다. 여기에 세계 전역 동맹국으로 나토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8개국을 또 거느린다. 게다가 나토는 한때 주적이었던 러시아까지 나토러시아상설합동위원회(PJC)로 끌어들여 동맹국선상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해서 그 동맹국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193개 나라의 3분의 1을 웃돈다. 나토 동맹국이 아닌 나머지 3분의 2 가운데 중국, 인도, 이란, 북한 정도를 빼고 나면 공세적 전력을 지닌 나라가 없는 실정이다. 나토는 이 거대한 군사동맹체를 꾸려가는 군사비로 2013년 한해 동안에만도 1조달러를 투입했다. 지난해 세계 군사비 총액이 약 1조5400억달러였다. 이건 나토 회원국 28개 나라의 군사비가 세계 총액의 3분의 2에 이른다는 뜻이다. 우리 돈으로 어림잡아 1000조원이 넘는 나토의 군사비는 유엔 한해 예산 54억달러(2012~2013년도)의 18배를 웃돌고 러시아 정부 예산 약 4300억달러(2014년)의 두배를 웃돈다. 여기다 나토 동맹국들 군사비까지 합하면 세계 총액의 85%에 이른다. 대체 이 엄청난 군사동맹을 어디다 쓸 건가? 그러니 미국이 세계정부를 구축해왔다고 음모론자들이 떠들어대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그렇게 나토가 막대한 군사비를 끌어다 쓰고 거대한 군사동맹체를 움직여 지금껏 해온 짓이 결국 불법전쟁이었다. 나토는 1991년 크로아티아 독립과 함께 노골적인 불법성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확장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부터 나치즘과 파시즘으로 무장한 극단적 민족주의와 가톨릭 중심주의를 살포해왔던 극우 우스타샤(우스타샤(Ustaša, 크로아티아혁명운동) 세력들이 유고슬라비아로부터 크로아티아 독립을 선언하자 독일과 미국이 즉각 추인하면서 나토는 동유럽으로 뻗어나갔다. 그로부터 나토는 1995년 보스니아전쟁과 1999년 코소보전쟁을 통해 기어이 유고연방을 해체했고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유럽 9개국과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옛 소비에트연방 3개국을 흡수했다. 그 과정에서 나토는 수많은 불법을 저질렀다. 1991년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하기 1년 전부터 미국 정부는 유고연방 6개를 분리 독립시키고자 국민투표를 강요하며 대외예산법(101-513)을 통해 경제 제재와 무역 차단으로 정치·경제적 혼란을 조성하는 한편 극우 민병대 조직들에 비밀리에 무기와 자금을 제공해 내전으로 몰아갔다. 그렇게 해서 1995년 크로아티아 내전이 끝날 때까지 미국과 나토의 지원을 받은 극우 민병대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그랬던 것처럼 세르비아계(유고) 시민들을 학살하며 악명을 떨쳤다. 그 결과 20만명에 이르는 세르비아계 시민들이 크로아티아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미국이 이끈 나토는 크로아티아의 비극을 무시한 채 1995년 다시 보스니아 쪽으로 발을 뻗었다. 나토는 15개 회원국에서 차출한 400여대 전폭기를 동원해 세르비아계가 장악하고 있던 보스니아를 폭격한 뒤 6만여명 지상군을 투입해 보스니아를 점령했다. 그 보스니아전쟁에서부터 나토는 본격적으로 무력 침공의 시대를 열었다. 그게 1999년 코소보전쟁으로 이어진다. 코소보에서 세르비아계가 알바니아계 시민 50만명을 학살했다며 이른바 ‘인도주의 폭격’(Humanitarian Bombardment)이라는 신조어를 앞세운 미국과 나토연합폭격대는 1000여대 전폭기와 크루즈미사일로 78일 동안 코소보를 맹타했다. 그 결과 유고군 4000여명과 민간인 1만3000여명을 살해했다. 이 희생자 수는 나토연합군이 공습하기 전 코소보에서 내전 기간 동안 알바니아계 1500여명과 세르비아계 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던 것과 좋은 비교거리가 된다. 조약이나 국제법 따위를 농담거리로 이쯤에서 코소보전쟁을 본보기 삼아 나토의 불법성을 살펴보자. 나토는 개전 전부터 유고 정부를 윽박질러 코소보 자치안과 유고 전역 사찰권을 담은 랑부예협정을 강요했고 유고 의회가 그 승인을 거부하자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습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토는 ‘유엔헌장이 규정한 국제법 원칙을 어기고 무력이나 협박으로 체결한 조약은 무효’라고 규정한 비엔나협약의 조약법협정을 위반했다. 나토는 공습 한달 동안에만도 다리 30개, 기차역 16개, 주요도로 6개, 공항 7개를 폭파해 민간인 피난로를 차단했을 뿐 아니라 노비사드의 수도관을 폭격해 60만 시민의 식수까지 끊어버렸다. 그렇게 3만8000회에 이르는 나토 폭격으로 병원 33개, 학교 480개, 사원 18개, 역사 유적지 9개가 잿더미로 변했고 발전소나 농장 피해까지 포함해 최소 100억달러에 이르는 민간 부문이 피해를 입었다. 나토는 전시 민간인과 민간시설물 보호를 규정한 제네바협정(Geneva Convention Ⅳ)을 위반했다. 더 본질적인 나토의 불법성은 따로 있다. 나토의 코소보전쟁은 유엔 허가를 받지도 않았고 받을 수도 없었다는 대목이다. 나토는 유엔헌장 제25조에 따른 초국가적인 지역협정체로 유엔법을 따라야 하는 조직이지만 유엔은 국가가 아닌 나토에 무력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 따라서 나토가 유엔 회원국인 유고를 공격한 건 원천적인 불법이다. 심지어 나토는 나토 조약 제5조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군사력을 사용한다’고 명시한 자신들의 법마저 짓밟았다. 유고는 결코 나토 회원국을 위협한 적도 공격한 적도 없었다. 게다가 나토는 조약 제6조가 규정한 방어 영역을 벗어나 원정침공까지 감행했다. 나토한테 이제 조약이나 국제법 따위는 농담거리가 되고 마는 시절이 왔다. 그로부터 나토는 유럽과 북대서양을 벗어나 온 세상을 무력침공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게 2001년부터 미국과 함께 벌여온 아프가니스탄 침공이었고, 그게 2003년 미국과 함께 쳐들어간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졌다. 그 두 원정침공에서 불법 면역성을 키운 나토는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그게 2011년 나토의 리비아 공습으로 드러났다. 나토폭격대는 코소보에서 써먹었던 그 ‘대량학살 방지’와 ‘인도주의 중재’라는 용어를 또 들이대며 220일 동안 2만6500회 출격해서 리비아를 돌이킬 수 없는 폐허로 만들어 놓았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을 비롯한 나토 지도자들은 리비아 공습 전 “정밀탄 사용으로 코소보전쟁 같은 민간인 피해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그 무렵 리비아 혼란 과정에서 1000~2000여명이었던 사망자 수가, 나토가 공습하기 시작한 3월부터 10월까지 민간인 수천명을 포함한 3만여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그사이 휴먼라이츠워치 같은 인권단체들이 나토의 민간인 공격과 살해 증거를 수없이 내놓았지만 나토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조사마저 거부해 왔다. 미국과 나토가 민간인 수만명을 살해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우겨왔던 모습 그대로였다. 미래 크림반도의 비극이 어른거린다 현재 리비아에서는 나토가 지원한 무기와 달러로 무장한 극우 민병대들이 날뛰며 군벌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불법 감금, 고문, 살해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나토가 세운 국가과도위원회(NTC)가 오히려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고 언론을 탄압하며 내일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이 모든 사회적 혼란과 파괴는 나토의 불법 군사개입과 정치적 역할에 따른 결과였다. 그렇게 ‘자유’ ‘평화’ ‘인도주의’를 내걸고 나토가 불법 무력 침공한 땅엔 여전히 폐허와 혼란과 주검만 나뒹굴고 있다. 그게 보스니아고, 코소보고, 아프가니스탄이고, 이라크고, 리비아다. 그 나토의 눈길에 요즘 크림반도의 비극이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그러나 나토 지도자 가운데 이 모든 전쟁범죄와 국제법 위반을 놓고 국제사법재판소(ICC)로부터 기소당한 이는 아직껏 아무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 국제사법재판소가 다루는 법이란 건 강대국이나 그 지도자들에겐 절대 적용할 수 없는 한정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시민사회가 배워온 국제법이란 건 인류의 가치를 다루는 장치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세계시민사회가 보아온 국제사법재판소란 것도 인류의 정의를 다루는 기구가 아니었듯이. 오직 국제법이 강대국의 정치적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국제사법재판소가 거뜬히 증명해 왔다. 지난 10여년 동안 전쟁범죄와 비인도적범죄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가 기소한 28명은 힘없는 아프리카 출신들뿐이었다. 무장동맹과 무장철학이 판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디쯤 서 있는가? 나토를 들여다봐야 하는 까닭이다.
소련 겨냥 반공동맹체로 출범
65년간 차곡차곡 몸집 불려
69개 동맹국 거느린 공룡으로
군사비 유엔 예산 18배 넘고
침공 때 유엔 허가도 안 받아
보스니아·코소보 전쟁 통해
기어이 유고연방을 해체한 뒤
유럽·북대서양 지역 벗어나
아프간·이라크까지 쳐들어가
리비아 다음은 또 어디인가
세르비아계 학살하며 악명을 떨치다 1949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 12개국이 소비에트연방(소련)을 겨냥한 반공동맹체로 출발한 나토는 지난 65년 동안 차곡차곡 몸집을 불려 현재 69개 동맹국을 거느린 역사상 유례없는 초대형 군사동맹체를 키워냈다. 그 동맹 조직도 가지가지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28개 나토 회원국에다 스위스와 스웨덴 같은 22개국이 참여한 유럽대서양동맹위원회(EAPC), 이집트와 이스라엘을 비롯한 7개국을 낀 지중해대화상대국(MDP), 쿠웨이트와 3개국을 포함한 이스탄불협력이니셔티브(ICI) 같은 것들이다. 여기에 세계 전역 동맹국으로 나토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8개국을 또 거느린다. 게다가 나토는 한때 주적이었던 러시아까지 나토러시아상설합동위원회(PJC)로 끌어들여 동맹국선상에 올려놓았다. 그렇게 해서 그 동맹국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193개 나라의 3분의 1을 웃돈다. 나토 동맹국이 아닌 나머지 3분의 2 가운데 중국, 인도, 이란, 북한 정도를 빼고 나면 공세적 전력을 지닌 나라가 없는 실정이다. 나토는 이 거대한 군사동맹체를 꾸려가는 군사비로 2013년 한해 동안에만도 1조달러를 투입했다. 지난해 세계 군사비 총액이 약 1조5400억달러였다. 이건 나토 회원국 28개 나라의 군사비가 세계 총액의 3분의 2에 이른다는 뜻이다. 우리 돈으로 어림잡아 1000조원이 넘는 나토의 군사비는 유엔 한해 예산 54억달러(2012~2013년도)의 18배를 웃돌고 러시아 정부 예산 약 4300억달러(2014년)의 두배를 웃돈다. 여기다 나토 동맹국들 군사비까지 합하면 세계 총액의 85%에 이른다. 대체 이 엄청난 군사동맹을 어디다 쓸 건가? 그러니 미국이 세계정부를 구축해왔다고 음모론자들이 떠들어대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그렇게 나토가 막대한 군사비를 끌어다 쓰고 거대한 군사동맹체를 움직여 지금껏 해온 짓이 결국 불법전쟁이었다. 나토는 1991년 크로아티아 독립과 함께 노골적인 불법성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확장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전부터 나치즘과 파시즘으로 무장한 극단적 민족주의와 가톨릭 중심주의를 살포해왔던 극우 우스타샤(우스타샤(Ustaša, 크로아티아혁명운동) 세력들이 유고슬라비아로부터 크로아티아 독립을 선언하자 독일과 미국이 즉각 추인하면서 나토는 동유럽으로 뻗어나갔다. 그로부터 나토는 1995년 보스니아전쟁과 1999년 코소보전쟁을 통해 기어이 유고연방을 해체했고 루마니아를 비롯한 동유럽 9개국과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옛 소비에트연방 3개국을 흡수했다. 그 과정에서 나토는 수많은 불법을 저질렀다. 1991년 크로아티아가 독립을 선언하기 1년 전부터 미국 정부는 유고연방 6개를 분리 독립시키고자 국민투표를 강요하며 대외예산법(101-513)을 통해 경제 제재와 무역 차단으로 정치·경제적 혼란을 조성하는 한편 극우 민병대 조직들에 비밀리에 무기와 자금을 제공해 내전으로 몰아갔다. 그렇게 해서 1995년 크로아티아 내전이 끝날 때까지 미국과 나토의 지원을 받은 극우 민병대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그랬던 것처럼 세르비아계(유고) 시민들을 학살하며 악명을 떨쳤다. 그 결과 20만명에 이르는 세르비아계 시민들이 크로아티아에서 쫓겨났다. 그러나 미국이 이끈 나토는 크로아티아의 비극을 무시한 채 1995년 다시 보스니아 쪽으로 발을 뻗었다. 나토는 15개 회원국에서 차출한 400여대 전폭기를 동원해 세르비아계가 장악하고 있던 보스니아를 폭격한 뒤 6만여명 지상군을 투입해 보스니아를 점령했다. 그 보스니아전쟁에서부터 나토는 본격적으로 무력 침공의 시대를 열었다. 그게 1999년 코소보전쟁으로 이어진다. 코소보에서 세르비아계가 알바니아계 시민 50만명을 학살했다며 이른바 ‘인도주의 폭격’(Humanitarian Bombardment)이라는 신조어를 앞세운 미국과 나토연합폭격대는 1000여대 전폭기와 크루즈미사일로 78일 동안 코소보를 맹타했다. 그 결과 유고군 4000여명과 민간인 1만3000여명을 살해했다. 이 희생자 수는 나토연합군이 공습하기 전 코소보에서 내전 기간 동안 알바니아계 1500여명과 세르비아계 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던 것과 좋은 비교거리가 된다. 조약이나 국제법 따위를 농담거리로 이쯤에서 코소보전쟁을 본보기 삼아 나토의 불법성을 살펴보자. 나토는 개전 전부터 유고 정부를 윽박질러 코소보 자치안과 유고 전역 사찰권을 담은 랑부예협정을 강요했고 유고 의회가 그 승인을 거부하자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공습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토는 ‘유엔헌장이 규정한 국제법 원칙을 어기고 무력이나 협박으로 체결한 조약은 무효’라고 규정한 비엔나협약의 조약법협정을 위반했다. 나토는 공습 한달 동안에만도 다리 30개, 기차역 16개, 주요도로 6개, 공항 7개를 폭파해 민간인 피난로를 차단했을 뿐 아니라 노비사드의 수도관을 폭격해 60만 시민의 식수까지 끊어버렸다. 그렇게 3만8000회에 이르는 나토 폭격으로 병원 33개, 학교 480개, 사원 18개, 역사 유적지 9개가 잿더미로 변했고 발전소나 농장 피해까지 포함해 최소 100억달러에 이르는 민간 부문이 피해를 입었다. 나토는 전시 민간인과 민간시설물 보호를 규정한 제네바협정(Geneva Convention Ⅳ)을 위반했다. 더 본질적인 나토의 불법성은 따로 있다. 나토의 코소보전쟁은 유엔 허가를 받지도 않았고 받을 수도 없었다는 대목이다. 나토는 유엔헌장 제25조에 따른 초국가적인 지역협정체로 유엔법을 따라야 하는 조직이지만 유엔은 국가가 아닌 나토에 무력 사용을 허가할 수 없다. 따라서 나토가 유엔 회원국인 유고를 공격한 건 원천적인 불법이다. 심지어 나토는 나토 조약 제5조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군사력을 사용한다’고 명시한 자신들의 법마저 짓밟았다. 유고는 결코 나토 회원국을 위협한 적도 공격한 적도 없었다. 게다가 나토는 조약 제6조가 규정한 방어 영역을 벗어나 원정침공까지 감행했다. 나토한테 이제 조약이나 국제법 따위는 농담거리가 되고 마는 시절이 왔다. 그로부터 나토는 유럽과 북대서양을 벗어나 온 세상을 무력침공 대상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게 2001년부터 미국과 함께 벌여온 아프가니스탄 침공이었고, 그게 2003년 미국과 함께 쳐들어간 이라크 침공으로 이어졌다. 그 두 원정침공에서 불법 면역성을 키운 나토는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 그게 2011년 나토의 리비아 공습으로 드러났다. 나토폭격대는 코소보에서 써먹었던 그 ‘대량학살 방지’와 ‘인도주의 중재’라는 용어를 또 들이대며 220일 동안 2만6500회 출격해서 리비아를 돌이킬 수 없는 폐허로 만들어 놓았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을 비롯한 나토 지도자들은 리비아 공습 전 “정밀탄 사용으로 코소보전쟁 같은 민간인 피해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그 무렵 리비아 혼란 과정에서 1000~2000여명이었던 사망자 수가, 나토가 공습하기 시작한 3월부터 10월까지 민간인 수천명을 포함한 3만여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그사이 휴먼라이츠워치 같은 인권단체들이 나토의 민간인 공격과 살해 증거를 수없이 내놓았지만 나토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조사마저 거부해 왔다. 미국과 나토가 민간인 수만명을 살해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우겨왔던 모습 그대로였다. 미래 크림반도의 비극이 어른거린다 현재 리비아에서는 나토가 지원한 무기와 달러로 무장한 극우 민병대들이 날뛰며 군벌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불법 감금, 고문, 살해가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나토가 세운 국가과도위원회(NTC)가 오히려 정치적 혼란을 부추기고 언론을 탄압하며 내일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이 모든 사회적 혼란과 파괴는 나토의 불법 군사개입과 정치적 역할에 따른 결과였다. 그렇게 ‘자유’ ‘평화’ ‘인도주의’를 내걸고 나토가 불법 무력 침공한 땅엔 여전히 폐허와 혼란과 주검만 나뒹굴고 있다. 그게 보스니아고, 코소보고, 아프가니스탄이고, 이라크고, 리비아다. 그 나토의 눈길에 요즘 크림반도의 비극이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그러나 나토 지도자 가운데 이 모든 전쟁범죄와 국제법 위반을 놓고 국제사법재판소(ICC)로부터 기소당한 이는 아직껏 아무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 국제사법재판소가 다루는 법이란 건 강대국이나 그 지도자들에겐 절대 적용할 수 없는 한정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시민사회가 배워온 국제법이란 건 인류의 가치를 다루는 장치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세계시민사회가 보아온 국제사법재판소란 것도 인류의 정의를 다루는 기구가 아니었듯이. 오직 국제법이 강대국의 정치적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국제사법재판소가 거뜬히 증명해 왔다. 지난 10여년 동안 전쟁범죄와 비인도적범죄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가 기소한 28명은 힘없는 아프리카 출신들뿐이었다. 무장동맹과 무장철학이 판치는 세상에서 우리는 어디쯤 서 있는가? 나토를 들여다봐야 하는 까닭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