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파키스탄 경찰, 폭동 혐의로 일가족 기소
가스 공급 중단에 항의하는 과정서 마찰
강제로 지장 찍히는 사진에 ‘젖병’도 보여
가스 공급 중단에 항의하는 과정서 마찰
강제로 지장 찍히는 사진에 ‘젖병’도 보여
파키스탄 경찰이 아직 젖병을 빠는 9개월짜리 아기를 공권력에 맞선 폭동과 살인미수 혐의로 재판에 회부해 엉터리 사법 시스템이 국내외 조롱을 받고 있다고 <가디언> 등이 8일 전했다.
무사 칸이란 이름의 남자 아기는 지난 3일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이런 중범죄 혐의를 받고 법정에 출두했다가 파키스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아기가 법정에 서게 된 것은 지난 2월에 그의 가족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이 가스 공급 중단에 항의하며 경찰과 충돌을 빚은 탓이다. 이들은 펀자브주 주도인 라호르의 빈곤지역에서 사는데, 이곳 주민들은 가스요금 체납을 이유로 가스를 끊으려 하는 가스 회사 직원들과 경찰에 맞서 돌을 던지는 등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후 경찰 조사관이 범죄 보고서에 무사의 모든 가족이 자신을 돌로 쳐서 머리를 다쳤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9개월 아기는 그의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지난주 처음으로 법정에 섰다. 아기의 할아버지 무하마드 야신은 <로이터>에 “경찰이 앙갚음을 하려는 것”이라며 “무사는 아직 젖병을 잘 잡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돌로 경찰을 때리느냐”고 하소연했다. 아기는 법정에서 강제로 지장이 찍히는 동안 울부짖었으며, 할아버지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젖병을 빨거나 언론사 기자의 마이크를 만지려고 하는 등 천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찰은 당시 사건 조사에서 신원이 처음으로 확인된 5명의 폭동 혐의자에 이 아기 이름을 올렸다. 파키스탄의 사법 시스템은 미숙한 일처리와 부패로 악명이 높다. 경찰이 특정 혐의와 관련해 가족 전체를 집단적으로 처벌하려고 하는 일이 흔하다. 이러다 보니 부패한 경찰이 고소인 뜻에 맞추어 상대자 가족 전체를 괴롭혀 복수를 하도록 돕는 과정에서 어린 아이가 기소되는 일도 생긴다. <가디언>은 “파키스탄 언론들이 이번 사건의 어리석음을 집중 조명했다”면서 “이번 에피소드는 박봉에 엉터리 교육을 받은 경찰들이 무고한 사람들을 수년간 법정 다툼에 밀어넣는 잘못된 기소를 남발하는 엉망진창 사법현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짚었다. 한편, 파키스탄 펀자브주 법무장관은 국내외 비난이 거세지자 조사 보고서를 쓴 경찰관의 직무를 정지하고 재조사를 명령했다. 아기는 현재 보석 상태이며, 12일 다시 재판에 출두할 예정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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