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핵화 사전조처 유연 적용’ 의미
북 추가 핵실험 등 도발 없으면
“하반기 대화 모색될 여지 있어”
중국 중재안 등 중간역할 주목
북 추가 핵실험 등 도발 없으면
“하반기 대화 모색될 여지 있어”
중국 중재안 등 중간역할 주목
한-미-일이 북한에 요구해온 ‘비핵화 사전조처’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정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은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3개국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대북정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당시 비핵화 사전조처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고 북핵 고도화를 차단하는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 관련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전조처 이행 여부는 그동안 6자회담 재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다. 한-미는 대화 전에 북한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구체적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한 반면, 북한 쪽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해왔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같은 일부 전문가들은 한-미는 전제조건의 문턱을 낮추고 북한은 신뢰구축 조처를 대화 전에도 일부 취하라고 권고했지만, 양쪽은 지금까지 요지부동이었다. 이번 발언이 ‘상황 관리용’ 성격이 있긴 하지만, 앞으로 박 대통령의 의지가 실리고 미국이 적극 호응한다면 대화 재개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 고위당국자의 ‘사전조처 유연 검토’ 발언이 지금 당장 대화 재개의 문턱을 낮춘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의 긴장 상황이 일단 정리가 되고 차츰 대화 재개의 여건이 마련되면 지금보다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태도로 해석된다.
따라서 대화 재개의 1차 관건은 이달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엔 김일성 주석 생일(4월15일)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4월25~26일께) 등이 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내비친 터여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에 도발하면 어쩔 수 없이 강경 대응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북한이 도발을 하지 않고 이달을 잘 넘기면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대화가 모색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움직임도 중요하다. 외교가에선 우다웨이 중국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지난달 중순 평양을 다녀온 만큼 중재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지금 한·미·일 3자와 북한이 직접 대화의 접점을 찾기는 어렵다. 결국 중국이 중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우다웨이 특별대표가 워싱턴에 와서 구상을 얘기하면 한·미·일이 이를 논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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