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2’ 방송 캡처
‘배가 고플 때는 배우자와 심각한 대화를 하지 마라.’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14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이 주도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배가 고픈 상태에서 부부 싸움이 나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연구결과는 저혈당 상태와 부부의 감정상태의 연관성을 조사한 것으로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부부 107쌍에게 배우자를 상징하는 헝겊 인형을 주고 배우자에게 화가 난다고 느낄 때 인형에 핀을 찌르도록 했다. 하루에 찌를 수 있는 핀은 최대 51개였고, 연구팀은 아침 식사 전과 밤에 잠 들기 전 배우자들의 혈당치를 쟀다. 연구 결과 혈당치가 낮을수록 핀을 인형에 찌르는 횟수가 증가했다. 혈당치가 낮았던 이들이 혈당치가 높았던 이들보다 갑절 가량 많은 핀을 인형에 꽂았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 중 3명은 한번에 핀 51개를 다 인형에 찔렀고, 한 사람은 두번이나 핀 51개를 한꺼번에 다 꽂았다. 그렇다고 부부들이 평소에 배우자들에게 늘 불만이 많은 것은 아니었다. 조사 기간 중 70% 정도는 부부들이 인형에 핀을 꽂지 않았다.
21일이 지나고 연구진은 부부들에게 따로 방에 들어가게 한 뒤 배우자와 컴퓨터 게임을 한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게임에서 이기는 쪽이 상대방에게 고함을 지를 수 있으며. 고함은 헤드폰을 통해서 상대방에게 전달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실은 부부들은 배우자가 아니라 컴퓨터와 게임을 하게 했다. 이번에도 혈당치가 낮은 사람일수록 더 크게 고함을 질렀다. 평소 부부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인지 여부는 고함을 크게 지르는 것과는 관계가 별로 없었다.
연구를 주도한 오하이오주립대의 브래드 부시먼 교수는 “뇌는 신체 몸무게의 2%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신체가 소비하는 전체 칼로리 중 20%를 소모하는 기관”이라며 “뇌에 연료가 공급돼야 자기통제가 되기 때문에, 배가 고프면 짜증을 내기 쉽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부시먼 교수는 “부부끼리 민감한 이야기를 할 일이 있으면 저녁을 먹고 나서 하는 게 좋다”며 “공복 상태에서는 절대로 심각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기원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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