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누리집 갈무리.
나치 수집가 상속 지정 않고 사망
피카소·샤갈 등 작품 소유권 관심
피카소·샤갈 등 작품 소유권 관심
나치 시절 약탈된 걸작들을 포함한 미술품 1400여점을 아파트에 쟁여놨다 발각된 독일의 ‘나치 수집가’ 코넬리우스 구를리트(81)가 6일 사망했다. 그는 자녀가 없어, 10억유로(1조5000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되는 미술품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앞서 독일 세관은 2012년 초 탈세혐의를 받던 구를리트의 뮌헨 아파트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피카소와 샤갈, 마티스, 르느와르, 모네, 고갱 등 거장의 작품이 포함된 1400여점의 미술품을 찾아냈다. 나중엔 오스트리아 잘츠브르크의 저택에서도 수백점의 고가 미술품들이 발견됐다.
구를리트는 이 예술품들을 ‘히틀러의 딜러’로 불렸던 아버지 힐데브란트로부터 물려받았다. 힐데브란트는 2차 세계대전 때 이른바 ‘퇴폐예술’ 작품 거래를 통해 나치의 활동자금을 마련하라는 히틀러의 명령을 수행한 미술상이다. 힐데브란트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연합군의 조사를 받을 당시 보유한 미술품이 수백 점이라고 신고했으며 연합군 측은 이들 작품을 압수했다가 1950년 다시 그에게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당국의 조사 결과 발견된 미술품 일부는 당시 나치가 ‘퇴폐미술’로 낙인찍어 공공미술관 등에서 압수한 작품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상당수 작품들은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유대인 등에게서 약탈한 것으로 밝혀져, 원소유주에 대한 반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애초 구를리트는 “내가 이들 미술품보다 더 사랑한 건 이 세상에 없다”며 반환할 수 없다고 버텼지만, 이후 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올 초 원래 소유주가 밝혀진 작품은 돌려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작업을 맡고 있는 독일 정부 태스크포스팀의 대변인은 “당국이 작품의 출처를 캐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를리트가 법적인 상속자를 지정하지 않고 숨짐에 따라 막대한 가치를 지닌 미술품들의 향방을 둔 불확실성이 지속되게 됐다. 30년 이상 된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를 인정하는 독일 현행법에 따라 독일 당국은 구를리트는 물론 그의 상속권자에게 작품의 처분을 강제할 권한이 없다. 설령 작품들이 나치의 약탈품으로 입증되더라도 소유권은 인정된다는 뜻이라고 <비비시>는 평가했다. 독일에선 명확한 유서나 상속입증 서류가 없을 경우, 법원이 누가 유산을 상속할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상속 문제가 먼저 결정돼야 구를리트가 생전 약속했던 반환 문제도 다시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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