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친러냐 반러냐 그것이 문제로다

등록 2014-05-23 20:14수정 2014-05-25 10:38

우크라이나의 현재 혼란은 소련 해체 뒤 생긴 15개의 공화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러시아 민병대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의 전투 도중 박격포에 맞아 불타고 있는 카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현재 혼란은 소련 해체 뒤 생긴 15개의 공화국에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22일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친러시아 민병대가 우크라이나 정부군과의 전투 도중 박격포에 맞아 불타고 있는 카페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토요판] 커버스토리
옛 소련 신생국들의 현재
1922년 12월 탄생한 소비에트연방(소련)은 69년 만인 1991년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그리고 15개의 공화국이 새로 탄생했다. 소련 체제 균열의 시작은 1986년 4월26일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였다. 옛소련 체제의 허술함이 이 사고로 극명하게 드러났고, 엄청난 복구비용도 소련이라는 거대체제를 흔들었다. 라트비아,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등에서는 잇따라 소련 체제에 반대하는 봉기가 일어났고, 결국 1990년 3월 리투아니아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독립이 시작됐다. 그 후 사반세기가 흘러 체르노빌 원전이 자리한 우크라이나가 친러와 반러로 나뉘어 내전 위기 상황에 빠진 지금, 다른 국가들의 상태는 어떨까.

소련 해체 때 분출된 독립 열기
15개국 공화국 잇따라 출범
러시아 중심으로 느슨한 연대
독립국가연합 구성하고
떠오르는 신흥시장으로 각광

러시아와 유럽 사이 곁눈질
친유럽 선택한 나라들은
러시아계 주민들 반발로 골치
절차상 민주화되긴 했지만
수십년 집권 독재자도 수두룩

현재 이 신생독립국들과 러시아는 독립국가연합(CIS)이라는 느슨한 연합체를 구성하고 있다. 러시아를 중심으로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몰도바,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9개국이 이 연합에 참여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문제의 우크라이나는 정식 가입국이 아닌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은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발트3국은 2004년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는 등 철저하게 친서방 노선을 겪고 있다. 하지만 자국 내 러시아계 소수민족 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다. 조지아(옛 그루지야)는 2008년 독립국가연합을 탈퇴했다.

조지아는 6년 전 우크라이나와 거의 비슷한 사태를 겪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사례인 셈이다. 조지아에서는 2003년 장미혁명이 일어나 소련 외무장관 출신인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을 쫓아낸 뒤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친서방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러시아계가 대부분인 남오세티야 주민들이 반발해 분리 움직임을 보였고, 조지아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이를 진압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개입해 2008년 전쟁이 벌어졌고 조지아 국토 대부분이 러시아에 점령됐지만 서방의 개입으로 러시아군은 철수했다. 조지아는 이에 반발해 독립국가연합을 탈퇴했다. 그 뒤 상황은 어떨까. 조지아에선 2013년 친러시아 성향의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우크라이나는 장미혁명 이듬해인 2004년 오렌지혁명으로 민주화를 이뤘고 그로부터 10년 뒤 친러시아냐 친서방이냐를 놓고 러시아와의 갈등 상태에 들어갔다.

독립국가연합은 현재 세계경제에서 떠오르는 신흥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지역의 전세계 대비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2000년 1.1%에서 2013년 3.8%로 급증했다. 이 기간 동안 독립국가연합 경제권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5.3%로 선진국 평균(1.8%)보다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이들 나라는 일종의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고 러시아는 유럽연합과 유사한 형태의 유라시아연합(EAU) 창설을 목표로 역내 경제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집중도(75.8%)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다.

이 지역의 경제는 비교적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특히 친서방이냐 친러시아냐는 지금도 이 지역의 가장 큰 정치적 화두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조지아, 몰도바, 우크라이나는 2009년 유럽연합의 동부파트너십(Eastern Partnership)을 결성했다.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2009년 12월8일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정상과 이들 6개국 정상이 모여 유럽연합과 자유무역, 비자 면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정을 맺기로 했지만 곧바로 러시아의 방해 공작에 부닥쳤다. 러시아는 동부파트너십 참여 국가들에 무역 또는 기술협력 제재를 단행했고, 이에 굴복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 4개국은 협정 체결을 거부했다. 다만 조지아와 몰도바는 러시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협정에 가조인했다.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 외에도 대부분의 국가들은 러시아계 주민들의 분리독립 또는 러시아 합병 요구로 골치를 썩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 국가들은 민주화된 선출구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독재라는 어두운 그림자 속에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민주정부가 1993년 군사폭동으로 해체된 뒤 게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이 10년을 재임하고 그의 아들인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2003년부터 현재까지 집권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선에 성공한 뒤 야당 인사들을 구금하고 야권 신문을 폐간시키는 등 독재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친러시아 노선을 따르는 벨라루스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라고도 불린다. 국영농장 관리인 출신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는 1994년 대선에 승리한 뒤 20년째 장기 독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 대선 때 대규모 부정선거 규탄시위가 벌어졌지만 유혈진압됐다. 카자흐스탄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1991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대통령에 재임하고 있다. 그는 첫번째 임기를 국민투표로 연장한 뒤 2007년에는 헌법 개정을 통해 초대 대통령에 한해 3선을 금지한 규정을 철폐하고 3선에 성공했으며, 2012년 대선에서도 다시 당선돼 카자흐스탄을 통치하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이 4선 연임에 성공하며 1994년 이후 20년간 통치하고 있다. 라흐몬은 사실상 일당독재나 마찬가지인 국민민주당(PDP)의 대표로서, 야당과 언론을 탄압하는 대표적인 독재자 중 하나로 꼽힌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전임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일성과 비견되던 희대의 독재자였다. 종신대통령을 선언했던 그의 기행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2005년 수도인 아슈하바트(아시가바트) 바깥에 있는 병원은 모두 문을 닫게 한 것이 가장 유명하다. 아픈 사람은 모두 수도로 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또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 대신 자신에 대한 충성 맹세를 하게 한다든지, 코란과 자신의 자서전 격인 경전 루흐나마를 빼고 다른 책은 읽을 필요가 없다면서 수도 바깥의 모든 도서관을 폐쇄하기도 했다. 만약 그가 2006년 12월 심장마비로 죽지 않았다면 여전히 투르크메니스탄을 지배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현재 대통령인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도 그의 심복 출신이며 다당제를 도입하는 등 민주화를 진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독재자로 분류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