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융커 후보(전 룩셈부르크 총리)
영 캐머런 “융커 당선땐 EU탈퇴”
당선돼 적극적 EU통합 정책 펴면
몸집커진 ‘반EU’ 극우 득세우려
‘최대지분’ 독 메르켈은 융커 지지
당선돼 적극적 EU통합 정책 펴면
몸집커진 ‘반EU’ 극우 득세우려
‘최대지분’ 독 메르켈은 융커 지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선임을 둘러싼 가입국들 간 의견 대립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국민당그룹(EPP)의 장-클로드 융커 후보(전 룩셈부르크 총리·사진)의 집행위원장 선출을 지지하고 나선 반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융커 후보가 집행위원장이 되면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행위원장은 예산집행권 등을 갖는 유럽연합 행정부의 수반격이다.
독일 주간 <슈피겔>은 1일 캐머런 총리가 최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메르켈 총리에게 이런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캐머런이 유럽의회 선거 직후인 5월27일 열린 회의에서 “융커 후보의 위원장 선출은 현 영국 정부의 안정을 위협할 것이며,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캐머론은 융커를 두고 “1980년대의 인물이 앞으로 5년간 유럽연합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캐머런 총리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캐머런 총리가 융커의 선출을 반대한다는 것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라고 <비비시> 방송이 전했다. 27일 회의에선 캐머런 말고도 스웨덴·네덜란드·헝가리 총리 등이 융커 선출을 반대한 것으로 보도된 바 있다.
이들은 최근 유럽의회 선거에서 각국의 강한 반 유럽통합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파에 일격을 당한 뒤 ‘융커 반대’로 돌아섰다. 융커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 의장 등을 역임하며 유럽연합 통합과 확대를 이끈 적극적 유럽통합론자다. 융커의 집행위원장 선출은 가뜩이나 거세진 반 유럽연합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융커로 대표되는 유럽연합의 통합정책에 대한 각국 내부의 반발을 부추겨 이후 각국 국내 정치에서도 극우파의 약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캐머런은 내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재집권하면 유럽연합과의 협정을 개정해 영국에 불리한 조항을 없애겠다는 공약을 했는데, 융커 선출 땐 이런 구상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 내 최대 지분을 지닌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5월30일 “융커 후보가 차기 집행위원장이 돼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독일에선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해 집행위원장을 뽑도록 한 유럽연합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다. 융커의 유럽국민당그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751석 중 213석을 차지해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메르켈의 소속 정당인 독일 기독교민주당도 유럽국민당그룹에 들어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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