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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딸 바보’ 판사의 변신은 무죄?

등록 2014-06-17 15:38

유명한 보수 판사, 딸의 이혼 겪으며 ‘페미니즘적 판결’
NYT “딸을 둔 판사들, 낙태문제 등에서 더 진보적 성향”
2003년 보수적이기로 유명했던 윌리엄 렌퀴스트 미국 연방대법원장은 페미니즘적 판결에 동참해 미국을 놀라게 했다. 주 공무원이 가정 문제로 일정 기간 자리를 비우는 것을 허용하는 ‘가족휴가법’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을 경우 상급자를 고소할 수 있는 지가 쟁점인 사건에서, 가족휴가법을 지지하는 다수 의견에 동참했다. 렌퀴스트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대법관에 임명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대법원장에 임명한, 공화당 보수파였다. 낙태에 반대하고, 공립 학교에서의 종교 교육과 사형 제도에 찬성했다. 하지만 그는 이 사건에서 “가족을 보살피는 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정형화된 성 역할론이 팽배해있다”며 전통적 성 역할론을 비판했다. 진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이를 두고 렌퀴스트가 일을 원하면서 이혼한 딸을 지켜본 ‘인생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했다.

<뉴욕 타임스>는 16일 렌퀴스트처럼 딸을 둔 아버지들이 페미니즘적 판결을 내리는 일이 아들을 둔 아버지들보다 잦다는 연구 과를 보도했다. 마야 센 로체스터대 정치학과 교수와 애덤 글린 하버드대 교수가 공동으로 연방항소법원 판결 224건에 드러난 판사들의 의견 2500건을 분석해보니 이런 경향이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딸을 1명이라도 둔 경우에는 페미니즘적 방향으로 의견을 내는 비율이 7% 증가했다. 자식이 딸 1명뿐인 경우와 아들 1명뿐인 경우와 비교해보면, 딸 자식을 둔 판사가 페미니즘적 방향으로 의견을 내는 경우가 16% 많았다. 연구진이 같은 판사들이 낸 의견 3000건을 무작위로 뽑아서 살펴보니, 딸이 있다는 것과 의견이 진보적인 것과는 관계가 없었다. 딸이 있다는 사실은 오직 ‘성별과 관계된 민사 판결’에만 영향을 미쳤다. 신문은 이른바 ‘딸 효과’를 뒷받침하는 이전의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딸을 가진 하원의원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낙태 같은 문제에 대해서 좀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렌퀴스트 대법원장은 78살때 전통적 성 역할론에 대해 비판했던 의견을 냈고, 2년 뒤인 2005년 숨졌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2009년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렌퀴스트는 딸이 이혼했을 때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을 느꼈던 듯하다. 그래서 그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성 문제에 대해서 좀더 민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들의 딸 효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로체스터대 정치학과 센 교수는 “판사들은 기계가 아니고 인간이다”며 “개인적 경험에 따라 세상을 보는 눈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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