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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세계의 창] 연방준비제도의 혼란 / 딘 베이커

등록 2014-06-29 18:38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미국 경제의 기초자료를 들여다보는 것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진의 일을 무척 쉽게 만들어줄 것이다. 성장은 취약하고, 실업률은 높으며, 인플레이션율은 낮다. 이런 사실들은 연준이 계속 가속페달을 밟고 경기 촉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 바른 길임을 말해준다.

이런 주장은 경제매체에 실린 관점도 아니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다수가 옹호하는 견해도 아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경제를 위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계속 내비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자율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불행히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런 우려의 합창은 경기침체기 내내 지속적으로 울려퍼지고 있다. 잘못된 주장임이 입증돼왔지만, 조금씩 곡조를 바꿔가면서 새로운 관점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요구하고 있다.

기본적 상황을 검토해보자. 성장률은 2009년 여름 경기회복이 시작된 이래 평균 2.2%를 기록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저조한 회복세다. 초기 경기촉진책이 2009년 하반기와 2010년에 성장을 추동했지만, 이후 급속한 재정적자 감축이 성장의 주요 걸림돌로 등장하면서 회복 속도도 크게 느려졌다. 2010년 말 이래 성장률은 평균 1.9%에 그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연방정부 지출 삭감이 거의 종료되고, 주택 건설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에 비춰 올해 어느 정도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상 악화와 불규칙한 상품 재고 변동으로 1분기엔 성장률이 1%대로 위축됐다. 이런 하락세는 올해 나머지 시기에 반전되겠지만, 올해 전체 예상 성장률은 2~2.5%로 낮춰진 상태다. 즉, 국내총생산(GDP) 잠재성장률을 훨씬 뛰어넘는 실질성장은 불가능하다. 여전히 국내총생산 수준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에서 연준이 브레이크를 걸기란 어려운 일이다.

노동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고 10%에 이르던 실업률은 6.3%로 떨어졌지만, 경기침체 이전보다는 여전히 1.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실업자 수는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을 떠난 사람들은 포함하지 않는다. ‘인구 대비 취업률’은 여전히 경기침체 이전보다 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취업자 수로는 1000만명이 줄었음을 뜻한다. 많은 분석가들이 인구 대비 취업률의 하락 이유로 고령화를 강조해왔다. 고령화가 어느 정도 작용하긴 했지만, 사실 주요한 이유는 25~54살 연령대의 전성기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전성기 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을 떠나는 건 취업기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끝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질문이다. 연준은 2%를 인플레이션 목표치로 삼았지만, 이건 평균치이지 최대치가 아니다. 2008년 1분기에 경제가 불황기로 접어든 이래 주요 인플레이션 지수인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지수는 평균 1.4%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상승률과 같다. 연준의 엄격한 2% 목표치에 비춰봐도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할 게 없다는 얘기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해 여러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율을 더 높이는 데 찬성한다.

산처럼 쌓인 증거에도 ‘인플레이션 매파’들은 5월에 소비자물가지수가 0.4% 상승했고 핵심물가지수도 0.3% 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지난 한 해 인플레이션율은 연 2%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데이터에 친숙한 전문가들은 월간 동향이 불규칙하다는 점을 잘 안다. 게다가 핵심물가지수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의 불규칙한 등락에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5월엔 연료비 상승으로 항공료가 5.8% 뛰었는데, 연간으로 환산하면 142%가 오른 셈이다.

만약 지금껏 증거에 기초해 논쟁이 이뤄졌다면 ‘인플레이션 매파’들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연준의 정책도 여전히 성장 촉진과 실업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인플레이션 매파들의 관점은 지금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머지않아 그들이 소원을 이뤄 연준의 정책을 뒤집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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