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 수습을 위한 작업이 진행중인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들판에 아이들의 인형과 꽃이 주인을 잃은 채 놓여 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말레이 여객기 피격 후폭풍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방송 출연해
“부크 미사일 러서 반군지역 이동
반군의 피격순간 화상포착” 주장
우크라도 부크 미사일 시스템을
시간대별 촬영사진·감청자료 공개
존 케리 미 국무장관 방송 출연해
“부크 미사일 러서 반군지역 이동
반군의 피격순간 화상포착” 주장
우크라도 부크 미사일 시스템을
시간대별 촬영사진·감청자료 공개
‘러시아가 건네준 미사일로 반군이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쐈다.’ 미국 등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이런 주장의 사실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러시아와 친러 반군은 점점 궁지에 몰리면서도 ‘결정적 증거는 없다’며 버티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20일 미국 5개 주요 방송사 토크쇼에 잇따라 출연해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한 (부크) 미사일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리 세력의 수중에 건넨 것이라는 사실은 아주 명백하다”며 “우리는 이를 입증하는 광범한 정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최근 몇 주 전에 대포와 탱크, 다연장 로켓 발사대, 무장병력 수송 수단을 실은 150대의 차량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군 장악지역으로 이동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여객기가 격추되는 순간 그 지역에서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것을 화상으로 포착했다”며 “우리가 관측한 궤도는 그 미사일이 여객기를 맞췄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피격 당시 ‘부크’ 미사일 발사 상황을 보여주는 물적 증거를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이달 초 러시아가 반군에 2대의 부크 미사일을 지원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시엔 2대 모두 작동되지 않는 구형 시스템으로 판단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9일 미국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다가 14일 우크라이나 정부군 수송기가 6000m 상공에서 반군에 격추되자, 러시아가 새로운 부크 미사일 시스템을 지원했거나 반군이 구형 시스템을 수리했을 것으로 결론내렸다는 것이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신문은 “미 정보당국은 여객기 피격 후 부크 미사일이 다시 러시아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건 직후 반군과 러시아군 장교 간 통화를 감청한 자료를 공개해 ‘반군 소행 및 러시아 개입설’의 불길을 당겼던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한층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밀었다.
비탈리 나이다 국가안보국(SBU) 국장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크 미사일 시스템을 시간대를 달리해 찍은 사진 여러 장을 공개했다. 격추 직후 촬영된 사진은 미사일이 발사된 후 비어있는 발사대를 담고 있다. 18일 새벽 4시에 찍힌 사진엔 부크 발사대 탑재 차량이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겼다.
나이다 국장은 또 추가로 확보한 감청 기록을 공개하고 “반군이 미사일을 쏜 시간은 17일 오후 4시20분”이라며 발사시점까지 명시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동부로 넘어온 부크 미사일은 모두 3기라며 “이 중 1기는 지난 17일 새벽 1시께 우크라이나로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청기록을 보면 17일 ‘부리아트’로 불리는 반군 일원이 러시아군 정보장교에게 부크 미사일을 어디에서 발사장치에 탑재하느냐고 묻기도 했다”며 러시아 개입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사진과 감청 자료 등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반면, 미국은 아직 위성사진 등 물증을 직접 내보이지는 않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이 위성사진을 공개해 러시아가 책임을 인정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제기된 정황 증거만으로는 개입 의혹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0일 “현재로선 결정적 증거가 확보된 상황이 아닌 만큼 러시아는 부인 전략으로 일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경제학자 세르게이 구리예프는 “설령 국제조사단의 조사가 시작돼 증거가 나오더라도 러시아는 계속 책임을 부인할 것”이라며 “간접 증거밖에 없을 때는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네덜란드 사람들이 21일 암스테르담 인근 스히폴공항에 마련된 희생자 추모 장소에 꽃을 놓으며 애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17일 피격돼 298명 전원이 숨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에는 네덜란드인이 193명으로 가장 많았다. 암스테르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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