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독재’ 그늘 벗어날듯
당선 놓친 프라보워 결과 불복
당분간 정치 혼란 이어질수도
당선 놓친 프라보워 결과 불복
당분간 정치 혼란 이어질수도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라고 불리는 조코 위도도(조코위·53) 자카르타 주지사가 논란 끝에 인도네시아 새 대통령 당선자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상대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63)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정치 혼란이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22일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 후보인 조코위가 대인도네시아운동당 후보인 프라보워를 꺾고 5년 임기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조코위는 53.15%를 얻어, 46.85%를 얻은 프라보워를 6.3%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그러나 프라보워는 이날 선관위 최종 발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선거가 불공정하고 법적 흠결이 있기 때문에 개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거 과정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견 직후 프라보워 쪽 참관인들은 막판 개표작업이 진행 중이던 선관위에서 철수했다. 프라보워 쪽은 지난 9일 투표 마감 직후부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 때문에 프라보워가 대선 결과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헌재는 소송이 제기되면 2주 안에 판결을 내놓아야 한다. 앞서 프라보워 후보 쪽은 자카르타 지역에서 약 20만표가 부정투표인데 자카르타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았다며, 자카르타 선거관리위원회를 선거조직윤리위원회에 신고했다고 시사주간지 <템포>가 인터넷판에서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전문가들의 말을 따 “프라보워가 헌재에 소송을 제기해도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현 대통령도 21일 “패배를 시인하는 건 고귀한 일”이라고 말했다. 프라보워 후보 내부에서도 헌재 소송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다. 프라보워 후보 선거캠프 수뇌부인 모하맛 마흐풋 전 헌재 소장은 “이번 일이 헌재까지 간다면 나는 더이상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카르타 포스트>는 전했다.
조코위는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가구 사업으로 자수성가한 뒤 정계에 진출한 인물로, 인도네시아를 32년 동안 철권 통치했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 시대의 인물이 대부분인 인도네시아 정계에서 예외적 존재다. 재래시장 현대화 추진 및 민생현장 깜짝 방문 같은 친서민적 행보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반면 프라보워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그의 재임 기간 동안 군 장성을 지냈다. 수하르토 정권을 무너뜨린 1998년 반독재 시위 당시 민주화 운동가 납치 사건을 주도했다는 인권유린 논란도 있다.
조코위의 승리는 인도네시아 정치가 수하르토 정권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조코위가 속한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이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정치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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