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세계의 창] 연준의 진화하는 ‘자산거품’ 경고 / 딘 베이커

등록 2014-07-27 18:37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10년 전만 해도 앨런 그린스펀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전미경제학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연준이 거품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다가 거품이 터진 뒤 정상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는 주식 거품에 대한 연준의 접근법이 이런 경로의 정당성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그린스펀과 다른 이사들이 주식 거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그때는 대공황 이래 가장 오래도록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경제 상황이 그린스펀이나 당시 청중 대부분한테 고민스러운 문제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지난 10년간 거품 억제와 관련해 연준의 관점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연준 고위 관리 대부분은 이제 경제 건전성이 위험해지는 수준까지 금융 거품이 커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거품 제어에는 완전히 다른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거품 성장을 뿌리뽑는 통화정책을 직접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금리를 충분히 올린다면 어떤 거품이든 결국엔 터질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거품 성장을 차단하는 게 연준이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라면, 금리는 하나의 해법이다.

금리 방식은 큰 약점이 있다. 높은 금리는 성장을 둔화시키고 실업률을 높인다. 그래서 연준의 규제 권한으로 거품을 키울 신용 공급을 둔화시키는 대안이 다수의 지지를 받는다. 예컨대 연준은 은행이 대출을 삼가하거나 자산 현황을 검토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을 채택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

규제 권한을 쓰는 것 말고도, 일부는 ‘말’이라는 또다른 수단을 옹호해왔다. 자산 가격이 경제 펀더멘털과 엇갈리고 있음을 보여줄 정보나 경고를 연준이 제공한다는 아이디어다. 연준 의장이 일부 주식이나 채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관적 견해를 드러내는 방식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주요 자산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있는 사례에 대해 주의깊은 증거 자료를 제공하자는 뜻이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이상 과열 현상”과 관련한 즉석 논평은 무시할 수 있어도 연준 의장이 제시한 증거는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연준 의장이 2003~2006년 주택시장 거품이 돌아온다는 증거를 제시했더라면 주택저당증권(MBS)에 이른바 ‘몰빵’ 투자를 했던 헤지펀드 매니저가 2008년 이 증권이 휴짓조각이 된 이후에 뭐라고 말했을까? 주택시장에서 임대료가 올라가지도 않고 전례없는 공실률을 기록할 때조차도 추세선보다 70%나 주택가격이 오른 이유를 펀드 매니저는 설명했던가? 당시에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았던 게 틀림없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지난주 의회 증언에서 성명서와 함께 ‘말’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실험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와 생명공학 주식들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정크본드의 가격이 역사적 경험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명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옐런 의장의 경고가 의도된 효과를 낼 것인지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하지만 초반에 나타나는 증거들은 긍정적이다. 옐런이 언급한 세 종류의 자산 가격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다만 완전한 그림을 보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정적인 면이 무엇인가 묻는 게 진정한 질문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옐런 의장을 “수석 증권 컨설턴트”라고 조소했지만, 그가 자산 가격이 펀더멘털과 심하게 어긋난 증거가 나타난 사례들에 대해 언급을 할 작정이었던 것은 명백하다. 그린스펀이 2002년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증언했을 때와 맥락은 다르지만, 전 연준 의장들도 비슷한 판단을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연준이 거품 경고에 확성기를 쓴다고 해서 가능한 규제 수단 사용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연준이 다른 모든 데서 실패한다면 거품을 터뜨리기 위해 금리를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와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비용이 드는 일이 아니다. 연준이 잠재력이 큰 이런 도구를 왜 사용하면 안 된단 말인가?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