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환자 치료한 나이지리아 의사도 감염

지구촌 에볼라 방역 ‘비상’
WHO “서아프리카 826명 사망”
라이베리아, 주검 방치 논란

서부 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감염 확산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에서는 에볼라로 숨진 환자의 치료를 도왔던 의사가 에볼라에 감염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3일(현지시각)까지 사망자 수를 826명으로 집계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에볼라는 1976년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수단 지역에서 발병이 처음으로 확인됐으며 당시 사망자는 431명이었다. 이후 중부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주기적으로 출현했다. 하지만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서부 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가 확산돼 대규모 사망자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볼라 확산으로 인한 사망자도 이번이 가장 많다.

주요 발생 지역인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서는 에볼라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주검 2구가 거리에 나흘간 방치되는 등 주민들은 공포에 질려 있고 정부의 대응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 전했다. 주민 네마 레드는 “남자 2명이 길거리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구토를 하는 에볼라 감염 증상을 보였다.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호소했지만 아무도 이들을 도와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이베리아의 루이스 브라운 정보장관은 의료진이 주검을 수습했으며, 거리에 방치된 시간은 몇시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라이베리아 정부의 미숙한 대응 조처에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라이베리아 정부는 몬로비아의 빈민 지역인 존슨빌에 주검 30구를 묻으려고 했지만, 주민들이 땅을 팔지 않겠다고 버티자 매장에 실패했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정부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요 감염 지역을 격리하고 있다. 두 나라는 미국이 아프리카 50여개국 정상을 초청해 4~6일 여는 회의에도 불참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아프리카 정상 초청 회의에 참석하는 인사들 중 일부에 대해서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됐는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 최대 항공사인 아리크에어는 자국과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을 오가는 모든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했다. 하지만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됐다가 나이지리아에서 숨진 환자를 돌본 의사가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나이지리아도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두번째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미국인 의사 켄트 브랜틀리는 미국으로 이송되기 전 자신이 치료했던 14살 에볼라 생존자 소년의 혈장을 주입받았다고 <뉴스위크>가 전했다. 에볼라 생존자의 혈액 안에 항체가 있으니 치료에 효과가 있을 거라는 믿음인데, 실제로 1995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존자 혈장을 주입받은 환자 8명 중 7명이 생존한 적이 있다. 조기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