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필라이 유엔인권기구 대표
유엔 인권 수장, 일본 강력 비판
나비 필라이 유엔인권기구 대표
‘전시 성노예’ 표현쓰며 이례적 성토
“일 인사들 사실부정·모욕적 발언…
배상·권리회복 없인 인권유린 계속”
‘과거사 부정’ 일 입지 크게 축소될듯
나비 필라이 유엔인권기구 대표
‘전시 성노예’ 표현쓰며 이례적 성토
“일 인사들 사실부정·모욕적 발언…
배상·권리회복 없인 인권유린 계속”
‘과거사 부정’ 일 입지 크게 축소될듯
나비 필라이 유엔인권기구 대표(OHCHR)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일본은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 포괄적이고 공평하며 영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유엔의 인권 분야 수장인 인권기구 대표가 ‘전시 성노예’ 표현을 써가며 일본의 ‘군 위안부’ 대응 방식을 강력 성토한 것은 처음이다.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필라이 대표는 일본의 군 위안부 책임 부정 시도를 ‘군 위안부에 대한 당면한 인권 침해의 지속’으로 명확히 규정해, 이후 일본 정부가 계속 과거사를 부정하며 지연 전략에 나설 입지를 크게 축소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필라이 대표는 6일 성명을 내고 “일본은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한 영구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른바 위안부로 알려진 피해자들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수십년이 지난 이후에도 여전히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어 “나는 2010년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정부에 전시 성노예 피해자에 대해 적절한 배상을 할 것을 촉구했다”며 “내 임기가 종료되는 시점에도 자신들의 인권을 위해 싸워온 용감한 여성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배상과 권리 회복 없이 한명 두명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필라이 대표는 2008년 9월부터 6년간 재임해왔으며,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이번 성명을 냈다.
또 필라이 대표는 “이들 여성에 대한 사법정의와 배상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기 때문에 이 문제는 과거사가 아니라 당면한 현재의 문제”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들 여성은 정의 실현은커녕 일본의 책임있는 인사들이 점점 더 사실을 부정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 정부 조사팀이 지난 6월20일 보고서를 통해 ‘이들 여성이 강제적으로 동원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발표한 뒤로 도쿄에서 일부 인사들이 공공연히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라 전시 매춘부’라고 했던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언행은 피해 여성들에게 심대한 고통을 줬는데도, 일본 정부는 어떠한 공식 반박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지난해 전시 성폭력에 관한 유엔 선언문에 서명한 점을 상기시킨 뒤, “일본이 동일한 열정을 갖고 전시 성노예 문제에 대해서도 영구적인 해결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유엔인권기구는 필요한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유엔인권기구 차원에서 일본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이고 강력한 수준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최근 미국 백악관이 군 위안부 피해자를 공식 면담하는 등 일본 아베 정부의 과거사 부정 시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잇따르는 상황과도 맥을 같이한다. 이 자체로 일본 정부에 상당한 압박이 됨은 물론, 한국 정부가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데도 중요한 준거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어 “필라이 대표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계속되고 있는 현재 사안으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에 포괄적이고 영구적인 해결책을 강구하도록 권고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20년간 다양한 유엔 인권기구들의 지속적인 권고들에 이어 유엔 내 인권 담당 최고위 인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권위있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일본 정부가 유엔의 권고를 수용해 진정한 반성과 책임있는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손원제 이용인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